[올림픽비하인드스토리]체중감량애먹던안병근,땀잘나는여름에금메달

입력 2008-05-16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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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급 종목 선수들의 최대 애로사항은 ‘감량’이다. 일반인들은 상상하기 힘든 고통이라고 한다. 안병근 남자유도대표팀 감독은 “현역시절 매번 대회 때마다 체중 10kg 정도를 감량해야 했다. 평소 80kg이 넘지만 71kg으로 출전하려니 고생이 이만저만 아니었다. 주로 이뇨제를 먹고 체중을 줄였다(당시에는 도핑이 없던 시절)”고 회상했다. 당시 감독이 “그만하려면 그만해도 괜찮다”고 하자 선수 안병근은 “체중 빼는 게 너무 고통스러워 그렇게 하겠다”고 말했을 정도. 안 감독은 “85년 파리오픈에서는 체중 조절을 제대로 못해 1회전에서 졌고, 3주 후 열린 대륙간컵 단체전 경기에서는 이뇨제를 엄청 먹고서야 겨우 체중을 맞췄다. 이를 본 일본 선수들이 입을 다물지 못했다. 물론 경기에서도 졌다”고 말했다. 그런 까닭인지, 안 감독은 감량의 수월성과 메달 색깔이 비례했다고 얘기한다. 이유인즉, 올림픽이 열리는 더운 여름에는 땀을 잘 뺄 수 있기 때문에 메달의 색깔도 황금색이란다. 84년 LA올림픽이 대표적인 예다. 또한, 85년 세계선수권, 86년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딴 원동력에 대해서도 “국내에서 열렸을 뿐 아니라 초가을 날씨여서 그런대로 감량이 쉬웠다. 또한 마사지를 자주 받았고, 연습 파트너가 괜찮아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었다”고 밝혔다. 쉽게 말해 감량의 수월성은 곧바로 성적과도 직결됐다는 설명이다. 안 감독은 화려한 정상에 서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81년에는 발목 부상으로 국내 선발전에서 조차 탈락했고, 83년 세계선수권대회 출전권을 따놓고도 갑작스럽게 찾아온 간염 때문에 집단 생활장소인 선수촌에도 들어가지 못했다. 그래서 학교에서 혼자 훈련하는 수밖에 없었다. 당시 안병근은 세계선수권 출전 자체가 논란거리가 됐다. 그런데, 더 황당한 일이 발생했다. 세계선수권(모스크바)을 앞두고 ‘KAL기 피격 사건’이 터졌다. 그래서 한국과 미국은 대회를 보이콧했고, 때문에 세계선수권 출전은 무산됐다. 안 감독은 전두환 전 대통령에 대한 일화도 소개했다. 85년 파리오픈에서 부진한 성적을 거두고 돌아온 어느 날, 전 대통령이 선수들을 격려한다며 새벽에 태릉선수촌을 방문했는데, 우연히 안병근을 보고는 손짓으로 불렀다. “그동안 농땡이 많이 부렸지. 열심히 해.” 그만큼 선수들 모두에게 관심이 많았다고 한다. 그런데 양궁의 김진호를 보고는 “뭘 먹고 싶냐”고 물었다. 당시 김진호는 “초밥이 먹고 싶다”고 했고, 그 다음날 전 대통령은 모 호텔에 태릉선수촌의 전 선수가 먹을 수 있도록 만들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해 9월 세계선수권에서 안병근이 금메달을 따고 청와대에 갔는데 전 대통령이 “(안)병근이 열심히 했구나”라며 격려했다고 한다. 안 감독은 “지금 생각해도 전 대통령의 스포츠에 대한 애정은 대단했다”고 말했다. 최현길 기자 choihg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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