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칸]지성응원TV찾아헤매다‘원초적본능’에눈이번쩍

입력 2008-05-22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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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영화 담당 기자들이 프랑스 칸에 모여 있다면 많은 축구담당 기자들은 러시아 모스크바에 있습니다. 바로 박지성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첼시의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을 취재하기 위해서이지요. 몸은 칸에 있지만 축구 팬의 한 사람으로 박지성을 응원하기 위해 하루 종일 들떠있었습니다. 출국하기 전 챔피언스리그 경기 일정도 꼼꼼히 확인했습니다. 응원하면서 마실 맥주까지 경기 하루 전날 준비했습니다. 그런데 역시 이 곳은 칸이었습니다. 박지성 경기 보기가 거리에서 할리우드 톱스타를 만나는 것보다 훨씬 어렵더군요. 저희가 머물고 있는 민박집 TV는 케이블 채널이 수신되지 않는데, 지상파는 어느 채널에서도 챔피언스 리그 결승전 중계방송 계획이 없었습니다. 다른 취재진이 머물고 있는 집을 수소문했지만 역시 케이블이나 위성TV가 수신되는 곳은 없었습니다. ‘그래, 이곳에도 스포츠바가 있겠지’라는 희망으로 온 거리를 헤매고 다녔지만 건물 안보다 노천 테이블이 인기가 좋은 이 곳에서 스포츠 경기를 중계하는 레스토랑이나 바는 눈을 씻어도 찾을 수 없었습니다. 온라인 중계를 볼 생각도 했지만 사진 한 장 신문사로 전송하는 데 무려 10분 가까이 걸리는 인터넷 환경을 생각하고 이내 포기해야 했습니다. 칸은 맨유 경기를 빼앗아간 대신 사춘기 시절 ‘원초적 본능’으로 마음을 설레게 했던 샤론 스톤을 바로 눈앞에서 만나는 행운을 안겨줬습니다. 낮에 해변에 설치된 무대에서 노래를 부르는 아저씨를 자세히 봤더니 영화 ‘잔다르크’의 체키 카료였습니다. ‘오! 노래도 잘하는구나!’ 생각하는 순간 거구의 경호원과 함께 선 채로 노래를 흥얼거리고 있는, 낯이 매우 익은 여인이 보였습니다. 설마 했지만 역시나 샤론 스톤이었습니다. 어느새 중년의 아주머니가 됐지만 자신을 알아보는 팬들에게 눈인사를 건네는 모습은 아름다웠습니다. 샤론 스톤은 매년 칸에서 자선모금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에게 쌀쌀한 이미지의 섹시스타로 많이 인식됐지만 속도 깊고 마음도 따뜻한 사람으로 느껴졌습니다. 칸(프랑스)=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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