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프리토킹]승리를위한또다른기술…야구속임수들

입력 2008-05-25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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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사회는 정보전쟁 시대라 한다. 상대보다 한걸음 빠른 정보 수집과 분석은 전쟁에서 이길 수 있는 절대적인 무기가 되곤 한다. 야구도 예외는 아니다. 흔히 말하는 상대팀 전력 분석은 각 선수 개인의 장단점, 감독의 취향, 구장의 장단점, 심지어 최근 클럽 하우스 분위기 파악까지 아우른다. 이런 치열함 속에 서로의 사인도 훔치고 팀의 강점을 극대화하며 상대 장점을 무력화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인다. 팀의 승리를 위해서 황당하기도 하고 어처구니가 없는 야구의 귀여운(?) 속임수를 살펴봤다. 야구에서 가장 대중적인 속임수는 서로의 사인을 훔치는 것이다. 투수와 타자의 두뇌 싸움은 ‘볼배합’이라는 속고 속이는 승부에서 시작된다. 2∼3년 전쯤 토론토의 포수 그렉 존은 뉴욕 양키스의 알렉스 로드리게스가 타석에서 스윙 연습을 하는 척하며 슬쩍 슬쩍 포수가 투수에게 보내는 사인을 커닝한다고 비난한 적이 있다. 두말할 필요 없이 투수가 무슨 구종을 던진다는 것을 타자가 안다면 안타의 확률은 그만큼 높아질 수밖에 없다. 한 시즌 500타석을 기준으로 할 때 안타 한 개는 거의 2리의 가치가 있다. 안타 몇 개 추가에 3할타자가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세계에 울린 한 방’이란 명칭으로 유명한 1951년 뉴욕 자이언츠(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전신)-브루클린 다저스(LA 다저스 전신)의 월드시리즈 진출을 위한 승부에서 보비 톰슨의 극적인 3점 홈런도 사인 훔치기의 소산이다. 당시 자이언츠의 감독 리오 듀로셔가 누군가에게 돈을 주고 외야에서 쌍안경으로 포수의 사인을 훔쳐 자이언츠 측에 알려줬다는 증거가 있다고 한다. 실제로 이 사실이 밝혀진 것은 50년이 흐른 후였다. 서부로 프랜차이즈를 옮긴 후에도 팽팽한 라이벌 관계를 유지했던 자이언츠와 다저스는 60년대에도 신경전을 펼친다. 이번에는 구장 관리인까지 한몫을 했다. 자이언츠 구장 관리인은 당시 도루왕인 다저스 모리 윌스의 도루를 저지하기 위해 경기 전 1루 주변에 잔뜩 물을 뿌려 진흙탕으로 만들어놓기 일쑤였다. 스타트를 끊을 때 미끄러지거나 바로 용수철 같은 가속을 붙이기 어렵게 만들기 위함이었다. 그리고 투수들이 이물질을 경기 사용구에 묻히거나 흠집 등을 내서 공의 변화를 극대화하는 것은 지금도 심심찮게 발각되곤 한다. 방법도 다양하다. 모자, 유니폼, 글러브 등에 바셀린 같은 물질을 발라놓고 공에 묻혀 던진다.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돈 서튼과 같이 아예 면도날 조각을 글러브에 부착시켜 공 표면을 흠집 내는 선수도 있었다. 또한 사포를 글러브에 붙인 뒤 손을 글러브 속에 넣고 마치 그립을 바꾸듯이 움직여 공에 상처를 내서 던지기도 한다. 여기에 포수가 일조하는 것도 있다. 주심에게 새 공을 받아 투수에게 건네주기 전에 닦아 주는 척하며 흙이나 자신의 보호 장비에 문질러 역시 표면에 생채기를 내는 방법을 쓰는 것이다. 양키스의 요기 베라가 잘 쓰던 방법으로 당시 양키스의 에이스 화이티 포드가 나이가 들면서 구위가 떨어지자 활용했던 방법이다. 훗날 포드는 이를 인정했다. 이에 맞서는 타자들의 속임수는 바로 코르크 배트이다. 배트 끝에 직경 3cm 정도의 구멍을 뚫고 거기에 코르크를 채워 넣은 후 다시 구멍을 막는 방법이다. 이렇게 하면 육안으론 식별하기 어렵고 배트가 가벼워져 스윙 스피드를 늘릴 수 있다고 믿는다. 배트의 반발력도 커진다. 물론 배트가 부러졌을 때 바로 적발되는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2003년 새미 소사가 그런 경우다. 소사는 당시 “타격훈련 때 대형 홈런을 쳐서 일찍 경기장을 찾은 관중을 즐겁게 해주기 위해 사용한 배트를 실수로 들고 나왔다”고 변명했지만 진실은 신만이 알 것이다. 더욱 황당한 것은 동생 블라디미르 게레로와는 다르게 단타 위주의 타격을 하던 형 윌튼 게레로가 코르크 배트를 사용하다 적발된 사실이다. 땅볼을 치고 1루로 뛰던 게레로는 부러진 배트를 보고 과잉 친절(?)을 발휘했다. 갑자기 그라운드에 떨어진 부러진 배트를 친히 들고 나오다 이를 수상히 여긴 심판에게 바로 적발되고 말았다. 여기에 약물복용까지 하게 되면 투수들은 더욱 힘들어진다. 요즘은 지능적인 방법이 많이 쓰인다. ‘홈런공장’으로 알려졌던 콜로라도의 쿠어스필드는 2003년부터 냉동고에 경기 사용구를 보관해 홈런수 줄이기에 나섰고 효과를 보고 있다. 90년대 중후반 안드레스 갈라라가, 엘리스 벅스, 래리 워커, 비니 카스티야, 단테 비셰트와 같은 슬러거가 사라진 후 오히려 손해를 본다는 계산 하에 시행한 방법으로 지난 3년간 홈런 수치가 토론토의 로저스센터 정도로 떨어졌다. 매트 할러데이, 개럿 앳킨스, 브래드 허프 같은 홈런타자가 나타났음에도 이 정도 수치라면 콜로라도의 전술은 어느 정도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경기운영의 묘를 살리기 위해 어느 정도의 선까지 눈을 감아주는 것이 좋은지는 규정하기 쉽지 않다. 마치 약물 복용이 발각되면 내리는 중징계와 같은 방법이 옳을지, 가끔씩 일어나는 해프닝 정도로 치부해야할지…. 결국은 ‘블랙삭스 스캔들’과 같이 대형 사고로 이어질 때까지 흘러가지 않을까라는 추측만 할 뿐이다. 그 순간까지는 야구의 일부로 즐길 수밖에 없지 않은가 싶다. 송재우=메이저리그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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