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앤더시티]무색선블록바른당신男다르다

입력 2008-05-25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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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오 무렵의 티오프. 아직 여름의 절정도0 아니건만 필드의 태양은 벌써부터 따끈따끈하다. 워낙에도 가무잡잡하던 두 다리는 라운드 몇 번에 벌써 커피색 스타킹을 신은 듯 그을렸다. 올 해도 영락없이 한 여름에는 장충동 족발처럼 윤기 나는 고동색으로 변하겠지? 공짜 태닝 효과를 누리는 까만 팔 다리는 내심 뿌듯하지만 라운드 횟수와 비례해서 늘어만 가는 주근깨와 기미는 골프 최대의 불청객이다. 골퍼들에겐 이제부터 본격적인 ‘자외선’과의 전쟁이 시작된 것이다. 라운드를 마친 후 더욱 짙어진 것 같은 뺨 위의 거뭇한 자국에 가슴이 아리긴 하지만 골프의 즐거움을 포기할 수는 없다. 일상의 스트레스로부터 명분 있게 도피할 수 있는 유쾌하고 기분 좋은 그 시간을 어찌 놓칠 수 있단 말인가! 그렇기에 우리의 피부는 이겨내야만 한다. 이제 필드 자외선과의 사투는 비단 여성들만의 것이 아니다. 피부 관리가 여성의 전유물처럼 여기지곤 했던 몇 해 전 만해도‘ 신경 안 써요. 남자가 무슨’ 혹은‘그냥 로션정도 바르죠’라고 터프하게 답하는 것이 ‘남성다움’이었지만 최근 들어서는 남성들도 피부 관리에 열을 올리고 있단다. 필드에서도 그 증거를 찾을 수 있다. 이제는 대다수의 남성들이 골프백 속에 썬 블록을 넣어가지고 다니거나 자연스럽게 라운드 전 꼭꼭 선 블록을 챙겨 바른다. 무엇보다 남자들도 자외선과의 전쟁에 동참했다는 명백한 증거는 골프장에서 ‘강시’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하얀 얼굴에 부적을 붙이고 뛰어 다니는 중국 귀신. 그 얼굴빛과 꼭 같은, 밀가루 색 썬 블록을 잔뜩 바른 남성골퍼들을 볼 때마다 나의 감정 그래프는 놀라움으로 시작해서 안타까움으로 끝나곤 한다. 얼마 전 함께 공을 쳤던 동반자 S. 그도 수많은‘강시’들 중 하나였다. 단정하고 깔끔한 골프복에 젠틀한 외모는 충분히 호감형이었지만 그 ‘핸섬가이’는 티오프 준비를 위해 라커룸에 들렀다 나오자‘강시’로 돌변했다. 선블록을 목까지 하얗게 바른 그는 위풍당당하게 카트로 걸어오며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그는 몰랐을 것이다. 부담스럽게 하얀 얼굴에 띄운 환한 웃음이 ‘강시’ 혹은 배트맨에서의 악당 ‘조커’의 그것이었다는 사실을. 안타깝기 그지없어 넌지시 내가 사용하고 있는 무색의 선 블록을 추천해줬다. “어? 원래 선 블록이 바르면 다 하얗게 되는 거 아닌가?” 이제는 더 이상 S같은 필드의‘강시’나 ‘조커’는 사라졌으면 한다. 하얀 가면을 써야만 피부를 보호할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각 화장품 브랜드마다 앞 다투어 다양한 종류의 선 블록을 출시하고 있고 그 중에는 자외선 차단지수가 높으면서도 자연스러운 스킨색이거나 무색인 제품도 많다. 귀챠니스트를 위한 스프레이형도 있으니 선택의 폭은 넓다. 굳이 남성들만을 위해 출시된 제품만을 찾아 헤맬 필요도 없다. 선 블록은 남녀공용으로 사용해도 무방하기 때문이다. 6월, 7월, 8월… 올 한 해 골프를 즐길 시간들은 아직 많이 남아있다. 앞으로 필드의 햇빛과 투쟁해야 하는 피부가 진정 안쓰럽다면 발라도 티가 나지 않는 선 블록을 선택했으면 한다. 자외선에 시달림당하는 것도 모자라 우스워 보이기까지 하면 너무하잖아! 정 아 름 섹스앤더시티의 캐리처럼 당당하게 살며 필드의 커리어우먼을 꿈꾸는 골프 엔터테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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