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톡바둑관전기]때론모르는게약

입력 2008-06-10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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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장이 왼쪽으로 옮겨졌다. 엄청난 전투 발발이다. 양쪽 진영에 진격의 사이렌이 왕왕 울리고 있다. 형세는 오리무중. 이런 곳에서 치명적인 상해를 입는 쪽은 오늘 패장의 멍에를 뒤집어써야 할 것이다. 두 사람의 눈빛이 살벌해지고 있다. <실전> 백1로 느니 흑은 2로 이어 두었다. 마음 같아선 <해설1> 의 흑1로 받고 싶다. 하지만 백은 기다렸다는 듯 백2로 단수치고 4·6으로 백진을 수습할 것이다. 김기용에겐 안 된 얘기지만 이건 흑이 불리한 싸움이 된다. 흑6으로 젖힌 수가 도마 위에 올랐다. 한 마디로 말해 이 수가 패착이었다. 패착이 아니라 해도‘준패착’은 된다. 이 수가 나빠서라기보다는 너무나도 좋은 수가 따로 있었기 때문이다. ‘너무나도 좋은 수’는 <해설2>의 흑1로 붙이는 수다. 이 수가 발견된 것은 바둑이 두어지고 나서도 며칠이 흐른 뒤였다. 발견자는 서봉수 9단. 이 수를 바둑판 위에 놓으며 한 마디 했다. “이 거면 바둑 끝났어.” 이 수순의 하이라이트는 흑9로 가만히 빠지는 수다. 이렇게 되면 전투는 수상전이 된다. 그리고 이 수상전은 흑이 한 수 빠르다. 그 얘기는 백이 죽는다는 뜻이다. 이 수를 까맣게 모르고 있는 김기용은 흑6·8를 두어 놓고 속 편한 얼굴을 하고 있다. 때로는 모르는 게 보약인 것이다. 바둑은 여전히 미세하다. 후지쯔배 우승자를 맞아 아직까지는 신인왕이 잘 버티고 있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해설=김영삼 7단 1974yski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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