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톡바둑관전기]연탄재가되어버린철벽

입력 2008-06-09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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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변의 흑이 철벽처럼 보인다. 그런데 그게 아니다. 왜 그런지는 곧 나오게 된다. <실전> 흑1을 꾹 누르며 한숨을 돌리던 김기용이 백2를 보고는 ‘헉’하고 호흡을 멈춘다. 흑1이 ‘큰 곳’이었다면 백2로 끼운 수는 ‘통렬한 곳’. 큰 곳을 취한 것은 좋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플 게 안 아픈 것은 아니다. 김기용의 얼굴에 어둠이 내린다. 고민 끝에 흑3으로 젖혀 백4의 단수를 맞았다. <해설1> 흑1로 잇는 수도 생각해볼 수 있다. 하지만 백에겐 2가 준비되어 있다. 백4의 단수를 얻어맞게 되면 흑은 모양이 뭉쳐버린다. 교과서에 나오는 대표적인 중복형을 면할 수 없다. 모양을 떠나 프로라면 ‘얼굴이 팔려서’ 둘 수 없다. 그렇다면 <해설2>처럼 흑1 쪽을 젖히는 것은 어떨까? 역시 백2의 단수 한 방은 각오해야 한다. 그런데 방향이 문제다. 백4로 잇고 나면 흑이 난감하다. 백은 A로 끊을 수도, B로 기분 좋게 두드릴 수도 있다. 상대가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은’ 거라면 이쪽은 ‘이래도 나쁘고, 저래도 나쁜’ 상황이 된다. 게다가 중앙의 흑은 여전히 미생마. 괴롭다. 아주 괴롭다. 결국 <실전> 3은 흑이 최대한 버틴 수였다. 반면 박정상은 ‘필’이 왔나 보다. 백10으로 붙이고 12로 끊은 수가 좋다. 백24로 잇는 데까지, 철벽처럼 보였던 흑의 두터움이 연탄재 부서지듯 가루가 되어버렸다. 반면 중앙을 향한 저 백의 당당한 위용은 어떠한가! 두터움의 주인이 바뀌었다. 통장의 명의가 순식간에 변경되어 버린 것이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해설=김영삼 7단 1974yski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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