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톡바둑관전기]‘아마정석’은두지마세요

입력 2008-06-12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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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기한국물가정보배프로기전C조본선리그
파이터끼리 만나면 뭐든 재밌다. 가장 재미없는 것은 물과 물의 만남이요, 그나마 나은 것이 물과 불의 싸움. 그런데 불과 불이 맞부딪치면 그야말로 최고다. 불이 모이면 ‘힘’이 된다. 목소리가 된다. 시청 앞과 광화문 네 거리의 촛불을 보시라. 이 바둑도 불과 불이 만나 그야말로 센 불이 ‘확’ 붙었다. 유창혁이 옛 불이라 하나 불에는 묵은 불과 갓 틔운 불의 차이가 없는 법. 검에 눈이 없듯, 불에도 눈은 달려있지 않다. 흑1로 걸치니 백은 협공과 벌림을 겸하여 <실전> 8로 두었다. 유창혁의 바둑은 이처럼 초반 움직임이 ‘널널’하다. 빈틈을 슬쩍 보여 상대의 선공을 유도한다. 그래놓곤 현란한 발기술로 상대의 헛손질을 유도한 뒤 처절한 반격에 나선다. 그것도 꼭 아픈 급소만 친다. 이건 맞아본 사람만이 안다. <해설1>과 같은 포석도 있다. 흑4까지 너무도 평범하다. 너무도 밋밋하여 보여드리기가 민망할 정도다. 백10까지 뻔∼한 정석 하나가 등장했다. 이렇게 해놓고는 백홍석이 손을 빼 11로 우상귀를 굳혔다. 여기서 잠깐! 백8로 막은 수에 주목하자. 아마추어들이 좋아하는 전형적인 수가 <해설2>의 백1 쪽을 막는 것. 프로들은 이런 정석을 일컬어 ‘아마정석’이라 한다. 아마정석이라 하니 어지간한 분들도 이 정석이 백에게 그저 그러리라는 것을 눈치 채셨으리라. 그렇다. 이 정석은 백이 안 좋다. 백1로 막고 싶어 오른손이 근질거리면 왼손으로 꼬옥 꼬집어 주시길. 상대가 백1로 두어 온다면, 스스로 깨달을 때까지 절대 가르쳐주지 마시길.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해설=김영삼 7단 1974yski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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