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둥이”쑥덕쑥덕,요즘외식도못해요

입력 2008-06-19 00: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그냥 드라마일 뿐인데…, 애 있으면 악역도 맘대로 못해요.” 시청률 30%대를 기록하며 요즘 최고의 인기를 얻고 있는 SBS 드라마 ‘조강지처클럽’(연출 손정현, 극본 문영남). 여기서 시청자의 원성을 한 몸에 받는 이기적으로 출연 중인 오대규는 얼마 전 황당한 경험을 했다. 촬영 때문에 변변한 외출 한 번 못해 가족의 눈치를 늘 보다가 모처럼 힘들게 시간을 내 나선 외식 나들이. 흐뭇한 마음으로 아내, 아들과 함께 자리잡은 식당에서 그는 앞, 뒤, 옆 등 주변 테이블에서 쏟아지는 웅성거림을 듣고 말았다. “어머∼! 또 바람 피나 봐∼! 근데 저 여자는 누구래∼.” 그 전까지 “식구가 함께 식사한 게 언제인지 기억도 안난다”며 핀잔을 주던 그의 아내는 이날 이후 외식의 ‘외’자도 꺼내지 않는다고 한다. 오대규가 ‘조강지처클럽’에서 맡은 이기적은 두 번이나 바람을 피워 아내 복수(김혜선)의 가슴에 대못을 박는 전형적인 ‘나쁜 남자’다. 시청자의 원성이 쏟아지는 것은 당연하고, 어쩌면 연기자에게 이런 비난은 좋은 연기를 했다는 남다른 훈장일 수도 있다. 하지만 오대규는 최근 인터뷰에서 “내가 아닌 가족들이 드라마 캐릭터 때문에 공개장소에서 비난을 받는 사실이 힘들다”고 토로했다. 올해로 연기경력 17년의 베테랑인 그이지만 악역은 처음 맡았다. 나름 비슷한 역할만 해온 연기 생활의 매너리즘을 깨고 새로운 도전을 하고자 이번 역할을 맡았는데, 예상 외의 반응에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오대규가 특히 걱정하는 것은 이제 막 사춘기에 접어든 중학생 아들. 그는 “언젠가 아들과 아파트 앞에 서 있는데, 지나가던 아주머니가 ‘어쩜 그렇게 못됐어요’라고 말해 철렁했다”며 “다급한 마음에 20분간 아들에게 장황하게 설명했는데, 애가 담담히 ‘난 괜찮아. 이건 아빠 일이잖아’라고 말해 울컥했다”고 남다른 고충을 공개했다. 오대규 뿐만 아니라 요즘 결혼이나 출산 이후 왕성한 활동을 하는 연기자들은 비슷한 고민에 시달리고 있다. 드라마 소재가 이혼, 재혼, 불륜 등 날이 갈수록 독해지고, 시청자의 반응이 인터넷 등을 통해 직접적, 공개적으로 전달되면서 ‘연기’란 직업과 ‘가족’이란 생활에서 갈등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요즘 MBC 아침 드라마 ‘흔들리지 마’에서 두 남자 사이를 오가며 표독스런 연기를 펼치고 있는 미시 탤런트 홍은희도 ‘연기자 엄마’라는 남다른 상황을 이겨내느라 애를 쓰고 있다. 올해 만 6살 된 아들이 TV를 보기 시작하면서 아이에게 거의 매일 “TV에 나오는 장면은 모두 거짓말”이란 말을 계속 주입한다고 했다. 특히 엄마가 나온다고 한사코 보려 애쓰는 ‘흔들리지 마’에서 상대역과의 키스와 같은 애정 장면에 대해 매번 아이에게 설명을 하느라 진땀을 흘린다고 한다. 다행히 그녀의 아들은 엄마의 주입식 교육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이제는 드라마에서 김남진이 나오면 “엄마를 좋아하는 아저씨”라고 말하며 웃을 정도로 이해의 폭이 넓어졌다. MBC 주말극 ‘달콤한 인생’에서 연하남과의 불륜을 연기하는 오연수 역시 “애정 신이 나올 때는 아들이 보지 못하도록 아예 TV 전원을 끈다”면서 연기와 엄마의 두 가지 삶을 사는 어려움을 말하기도 했다. 이유나 기자 lyn@donga.com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