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연기자’오연수“베드신큐하면아이얼굴아른”

입력 2008-05-22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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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연기자의 딜레마를 아세요.” 어느 직업이나 명암이 존재한다. 배우도 예외일 수 없다. 그 중 여배우, 특히 결혼한 여배우의 경우 가정과 아이들까지 생각해 출연작을 선택해야 하는 고충이 따른다. 노출이나 자극적인 장면이 있을 경우 가장 먼저 아이들의 얼굴을 떠올릴 수밖에 없는 것이 ‘엄마 연기자’의 마음이다. 오연수도 마찬가지다. 그녀는 MBC 주말극 ‘달콤한 인생’(극본 정하연·연출 김진민)을 통해 중년으로 접어드는 여자의 욕망을 실감나게 연기하고 있다. 그녀는 대본에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 애정신과 베드신 때문에 ‘엄마’로서 걱정이 크다. 초등학교 3학년과 유치원생 두 아들을 둔 오연수는 드라마의 시작에 앞서 아이들을 이해시키려고 애썼다. “엄마 직업은 연기자니까 TV에서는 아빠가 아닌 다른 아저씨랑 껴안을 수도 있다고 차근차근 설명했다. 지난해 출연한 ‘주몽’처럼 아이들이 즐겨 봐도 좋은 드라마가 있지만 어른용 드라마인 ‘달콤한 인생’은 웬만하면 아이가 보지 않길 원했다.” 뜻대로 되지 않았다. 두 아들이 ‘엄마가 TV에 나오는 모습을 보고 싶다’고 고집을 피우는 통에 오연수는 아이들과 나란히 앉아 드라마를 본다. 하지만 3회가 방송되던 날에는 TV의 전원 코드를 뽑았다. 그리고는 아이들에게 ‘TV가 고장이 났다’는 거짓말을 했다. 이날 드라마에서는 오연수와 이동욱의 베드신이 등장했다. 이 장면만은 절대로 보여줄 수 없었던 그녀는 아이들을 일찌감치 재우고 친구의 집으로 가서 3회를 봤다. 이해의 폭이 비교적 넓은 중·고등학생 자녀를 뒀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하지만 초등학생 자녀를 가진 여자 연기자들의 고충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혹시라도 TV에 등장한 엄마의 모습 때문에 친구들로부터 오해를 받지 않을까 두려움을 갖고 있다. 오연수는 “‘주몽’이 방송될 때는 아이가 학교에서 엄마를 열심히 자랑했는데, 솔직히 이 드라마는 어떨지 걱정”이라고 털어놨다. 또래보다 젊은 외모로 대중에게는 선망의 대상이지만 오연수와 같은 미시 탤런트들의 고민은 이처럼 일반인이 미처 떠올리지 못하는 부분에서 일어난다. 그녀와 마찬가지로 결혼 이후에도 왕성한 활동을 보인 김희애의 사정도 비슷하다. 지난해 드라마 ‘내 남자의 여자’를 통해 파격적인 모습을 선보인 김희애는 당시 “초등학생인 두 아들이 학교에서 놀림을 받을까봐 걱정 된다”고 고백한 바 있다. 연기를 하는 동안 늘 마음에 담아 둬야 할 아이들이지만 때로는 누구보다 든든한 조언자가 되기도 한다. 오연수에게는 큰 아들 성민이가 그런 존재다. ‘달콤한 인생’은 높은 완성도에도 불구하고 아직 시청률이 기대만큼 나오지 않고 있다. 여주인공으로 드라마에 거는 책임과 기대가 남달랐던 그녀가 받은 스트레스는 극심했다. 집에서도 얼굴을 펴지 못했다. 이를 본 아들 성민이가 이유를 물었다. 오연수는 “시청률이 낮아서 속이 상하다”고 답했다. 그러자 되돌아온 아들의 대답은 “아직 22회나 남아있는데 벌써부터 걱정하지 마세요”였다. 오연수는 “한 방 제대로 먹은 기분이었다”고 돌이켰다. 성민이는 드라마 방송 다음 날 시청률도 챙기는 꼼꼼한 아들이자 1등 시청자다. 또한 엄마의 직업 덕분에 드라마 제작 구조까지 파악한 영리한 초등학교 3학년이기도 하다. “드라마를 시작하면 아이들 얼굴 보기도 어렵다. 옆에서 챙겨주지 못해 항상 미안한 마음으로 산다. 그런데도 TV 나오는 엄마를 보면서 웃고 자랑하는 아이들을 볼 때 큰 힘을 얻는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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