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톡바둑관전기]얄미운파이터

입력 2008-06-19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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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훈현과 이세돌.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할까? 승패를 뒷전으로 물려놓고도 얼마든지 흥분과 감동의 ‘도가니탕’ 속으로 스스로 걸어 들어갈 수 있는 승부란 것이 있는 법이다. 무엇보다 이는 ‘전설과 전설의 충돌’로부터 빚어지는 흔한 현상이다. 두 사람 모두 못 말리는 싸움꾼들이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어딘지 ‘약은’ 싸움꾼이라는 점이 무엇보다 닮았다. 무작정 주먹부터 휘두르고 보는 돌진형 파이터가 아닌, 상대의 약점을 찾아 교묘히 이용해 가며 유리한 싸움만 하는 지능형 파이터라고 볼 수 있겠다. 상대를 흥분시켜 그 대가로 짭짤한 수익을 올리는 ‘격장지계’에 능하다는 점도 비슷하다. 팬들로서야 각광을 보낼 일이겠지만, 상대 기사들로부터는 분노를 사기에 딱 알맞은 스타일들이라 하겠다. <실전> 백1로 걸친 뒤 흑이 2로 받고, 백3으로 붙여가는 수순은 평범하다. 그러고 보니 두 사람의 바둑치고는 초반이 밋밋하기 그지없다. 서로 눈치만 보고 있는 탓이다. 쌍방이 감추어 둔 비장의 ‘한 방’에 영 신경이 쓰이는 것이다. 먼저 카드를 내보이는 쪽이, 오늘 고생 좀 하게 될 것이다. <해설1> 흑1로 받고 백2로 붙이면 3으로 나가 5로 끊는다. 실전보다는 어려운 진행이다. 그렇다고 실전과 우열을 가리자는 얘기는 아니다. 이런 수순도 있다는 정도로 보아주시길. 흑이 <실전>12로 는 수를 보자. 이런 데서는 이렇게 늘어두는 것이 행마법이다. <해설2> 흑1로 막고 싶지만 당장 백2의 단수 하나가 아프다. 여기에 백4는 덤으로 주어지는 ‘이단젖힘’. 상대에게 이런 식으로 좋은 모양을 내주는 것은 득실을 떠나 ‘기분학’상 용납할 수 없다. 이래놓고 웃음이 나온다면 그는 프로가 아니거나, 범인들로선 감히 속을 들여다볼 엄두조차 내지 못할 ‘유니버스’한 차원의 뇌구조를 가진 인간임에 틀림없다. 양형모 기자ranbi@donga.com 해설=김영삼 7단 1974ski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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