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fore&After]이봉주“3초뒤진올림픽銀,나를뛰게한원동력”

입력 2008-06-23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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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m만 더 길었으면 추월도 가능했는데….” 이봉주는 애틀랜타올림픽을 회상하며 웃었다. 이봉주는 1위 투과니를 막판 맹추격했으나 3초차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역대 올림픽 마라톤 사상 최소 1·2위 격차였다. 하지만 마라톤은 ‘42.295km’가 아니다. “3초를 뒤졌다면 세계정상과 딱 3초만큼의 차이가 있다”고 했다. 그 은메달 덕에 ‘금메달’이라는 목표를 갖고 지금까지 선수생활을 이어올 수 있었다. 손기정과 서윤복이 1936베를린올림픽과 1947보스턴마라톤대회에서 1위를 차지했을 때의 나이는 24세. 함기용이 1950보스턴마라톤대회에서 우승했을 때의 나이는 20세였다. 황영조는 22세에 올림픽금메달을 땄다. 하지만 보스턴마라톤 1위 등 이봉주의 주요기록들은 30세 이후에 나왔다. 30km 이후에도 스피드를 유지하는 마라톤처럼 선수생활 막바지에도 주춤거리는 법이 없었다. 20년 넘게 달려온 길. 숨이 차는 육체의 고통은 이제 내성이 생겼다. 하지만 철인도 견디기 힘든 것이 있다. 나이가 들수록 가족에 대한 그리움은 더 커졌다. “아빠, 또 두 밤만 자고 전지훈련가?” 귀여운 외모로 화제를 모았던 맏아들 우석(5)의 투정이 이봉주의 귓전을 스친다. 이 때 힘이 되는 것은 국민들의 성원. “훈련 중 횡계 주민들이 ‘파이팅’을 외칠 때면 정신이 번쩍 든다”고 했다. 이봉주는 마라톤 인생의 40km지점을 지나 마지막 스퍼트를 준비 중이다. 이봉주는 “(트레이드마크인) 태극머리띠는 한국을 상징함과 동시에 흐르는 땀이 눈에 들어가는 것을 막아준다”고 했다. 베이징의 8월 무더위, 이봉주의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아주는 것은 태극머리띠에 담긴 국민들의 응원소리다. 횡계=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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