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리언니꿈꾸다‘세리’가된인비

입력 2008-06-30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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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PGA 투어에서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US여자오픈에서 우승컵을 들어올린 박인비(19)는 10년 전 1998년 7월 7일 박세리(31)의 US여자오픈 우승 모습을 보고 골프채를 잡은 수많은 골프 지망생 중 한 명이다. 호돌이와 ‘손에 손잡고’로 기억될 88올림픽 해에 태어났다. 대한민국 골프역사의 전환점이 됐던 98년 TV를 통해 골프라는 경기를 처음 접하고 박세리의 우승을 지켜봤던 그는 다른 아이들처럼 ‘워너 비 박세리’를 꿈꿨다. 아버지 박건규(47) 씨를 따라 골프 연습장을 다니던 박인비는 분당 서현초등학교 때 각종 주니어대회에서 우승을 독차지했다. 2000년 겨울, 처음 창설된 국가대표 상비군에 뽑히며 엘리트 코스를 밟기 시작했다. 죽전중학교로 진학해 제주도지사배 주니어선수권대회 중등부에서 우승했다. 2001년 아버지를 한국에 남겨 두고 어머니 김성자(45) 씨와 함께 미국으로 떠났다. 아메리칸 드림을 위한 중 1학년 12살 소녀의 조기유학이었다. 미국으로 건너간 박인비는 순식간에 주니어 무대를 평정했다. 이듬해인 중2때 US주니어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면서 이름을 날렸고, 그해 US주니어랭킹 1위에 올랐다. 당시 박인비와 미국에서 1, 2위를 다툰 선수가 ‘미국의 희망’ 폴라 크리머다. 2003년 폴라 크리머에게 잠시 랭킹 1위 자리를 내주기도 했지만, 2005년 다시 1위 자리를 되찾았다. 다음 단계는 누구나 꿈꾸는 프로 전향이었지만 나이가 어려 LPGA 투어 진출은 잠시 미뤄졌다. 하지만 2006년 LPGA 투어 사무국이 LPGA 투어 진출의 등용문이었던 2부 투어(퓨처스 투어) 연령제한을 만 18세에서 17세로 낮추면서, 한해 일찍 퓨처스 투어에 나갈 수 있었다. 이 해에 퓨처스 투어 상금 랭킹 3위에 오르며 2007년 LPGA 투어 출전권을 거머쥔 박인비는 우승 없이 톱10에 두 차례 드는 성적을 남겼다. 올해는 15개 대회에서 다섯 차례 톱10에 입상했다. 마침내 16번째 출전한 메이저대회에서 안정된 경기를 펼치며 우승한 박인비는 드라이버 평균 비거리가 250야드 정도지만 퍼트가 정확한 장점을 갖추고 있다. 그린 적중률도 64%로 높지 않지만 평균 퍼트수는 28.64개로 4위에 올라있다. 박인비는 “이번 대회 코스가 생각보다 길지 않아 짧은 아이언으로 만든 기회를 많은 버디로 연결시킬 수 있었다”고 말했다. 어릴 때 고국을 떠나 아름다운 학창시절도 친한 친구도 없다. LPGA에서 활약중인 안젤라 박이 그와 친하게 지내는 사이다. 오직 골프를 위해 많은 것을 희생했지만 이제 그는 10년 전 박세리가 그랬던 것처럼 한국에서 TV로 지켜봤을 또 다른 골프 꿈나무에게 워너비 드림을 심어줬을 것이다. 박인비는 우승 뒤 인터뷰에서 우상인 박세리에 대한 고마움을 잊지 않았다. 10년 뒤에는 누가 또 박인비에게 감사를 전할지 궁금하다.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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