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랏차차’젖먹던힘다해65㎏…“중력은위대했다”

입력 2008-07-07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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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중의 세 배를 드는 것이 목표였습니다.” 1992바르셀로나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전병관(39·국가대표상비군감독)은 1996애틀랜타올림픽에서 인간한계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자기 체중의 세 배를 들 수 있느냐’는 문제는 한 때 과학자들 사이에서 논란의 대상이었다. 네노 데르지스키,스테판 토푸로프(이상 불가리아), 나임 술레이마놀루, 하릴 무틀루(이상 터키) 등이 과학을 넘어섰지만 약물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117kg 가량인 장미란(25·고양시청)의 용상비공인세계기록은 183kg. 자기 체중의 1.5배 정도다. 전병관은 “56kg급에서 연습 때는 용상 170kg까지 든 적이 있다”고 했다. 공식기록은 3배(168kg)에서 약간 못 미친 용상 165kg. “일반인은 얼마나 들 수 있나요?”, 몸을 훑어본 전 감독. “잘하면 60-70kg정도 드실 것 같습니다.” 태릉으로 향했다. ● 타이즈와 리프트 벨트의 비밀 선수들의 점심시간을 틈 타 역도장의 문을 두드렸다. 태릉역도장은 베이징역도경기장을 그대로 옮겨놓았다. 바벨과 디스크(바벨의 양 옆에 끼우는 쇠뭉치), 파란색 경기장바닥까지 올림픽에서 사용할 것과 같다. 전병관 감독이 타이즈를 건넸다. 69kg급 김선배(22·한체대)의 것이다. 김선배는 2007코리아컵왕중왕대회에서 1위를 차지한 재목. 2004아테네올림픽 은메달리스트 이배영(29·경북개발공사)의 뒤를 이어 2012런던올림픽을 겨냥하고 있다. 역도선수들이 몸매 자랑을 하기 위해 딱 붙는 옷을 입는 것은 아니다. 근육을 잡아주면 더 큰 힘을 낼 수 있다. 이배영은 “역도 선수들은 경기 중 근육 테이핑이 금지되어 있다”고 했다. 대표선수들이 올림픽에서 입게 될 역도복은 인체공학적으로 최대의 근력을 낼 수 있도록 근육을 긴장시킨다. 리프팅 벨트도 허리보호의 기능과 함께 복강압을 통한 근력향상의 효과가 있다. 이배영은 “초심자들은 벨트 착용만으로도 2-3kg 가량을 더 들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역도선수 체형이신데요.” 타이즈에 몸을 밀어 넣은 모습을 보자 전 감독이 기대감을 표현한다. “역도인들은 몸매만 봐도 힘을 쓸 수 있는 사람인지 아닌지 알 수 있다”고 했다. 일단 골격이 튼튼해야 한다. 대부분의 역도선수들이 지도자들의 눈썰미에 의해 자의반 타의반(?)으로 역도를 시작한다. 진안마령중학교 1학년 시절, 교내체력검사를 끝 낸 전병관 감독 역시 마찬가지였다. ● 유연성과 탄력은 필수 스트레칭은 필수. 유능제강(柔能制剛)은 역도에서도 통용된다. 전 감독은 “역도는 기술 경기”임을 강조했다. “힘으로 역기를 들려고 하면, 힘을 쓸 수 없다”고 했다. 유연성을 기본으로 하고, 용수철을 튕기듯 몸에 탄력을 이용해야 한다. 장미란 역시 강한 만큼 부드럽다. “몸이 많이 뻣뻣하시네요.” 체형은 좋지만 유연성과 탄력에서 감점이다. 역도 선수들의 순발력은 정평이 나있다. 이배영은 “보통 서전트 점프가 80cm 가까이 된다”고 했다. 정상급 농구·배구 선수들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다. “1m를 넘게 뛰어서 기계의 측정범위를 넘어선 선수도 있었다”고 했다. ● 용상(Clean and Jerk) 용상의 기본자세부터 익히기로 했다. 역도의 기본은 스타트 동작. 전병관 감독은 “바벨을 잡는 순간부터 역기를 들어올리기까지 모든 동작은 유기성이 있다”면서 “스타트 동작이 잘못되면 힘을 쓸 수 없다”고 했다. 선 채로 다리를 어깨 넓이만큼 벌리고, 무릎만 굽혀 그대로 앉는다. 시선은 30도 정도 상향. 바벨은 최대한 몸쪽에 붙여 정강이 부분에 오도록 하고, 바벨의 무게 중심을 잘 살펴 어깨 넓이 정도로 잡는다. 잡을 때는 바벨이 손에서 빠지지 않도록 엄지손가락을 안쪽으로 넣는다. 다음은 클린(clean) 동작. 몸의 탄력을 이용해 역기를 끌어올린 뒤 바벨을 무릎으로 튕기며 쇄골 부분에 가져간다. 쇄골 쪽으로 들어 올릴 때는 손목을 자연스럽게 뒤로 꺾고 팔꿈치를 들어올려 역기를 지탱하는 동작이 중요하다. 마지막은 저크(jerk) 동작. 클린 동작에서 다리를 스플릿 자세로 취하면서 점프, 역기를 밀어 올린다. 가벼운 봉을 가지고 자세 연습을 한 뒤 40kg에 도전. 바벨무게만 20kg이다. 양쪽에 10kg짜리 디스크만 끼운 모습이 앙상한 나무처럼 볼품없다. 50kg, 60kg까지는 차례로 성공. 바벨을 잡을 때는 탄산마그네슘을 손에 발라 마찰계수를 높인다. 클린 동작에서 미끄러지지 않도록 쇄골부분에도 탄산마그네슘을 바른다. 65kg에 도전하자 온 몸이 땀으로 흠뻑 젖었다. 온 몸의 힘을 집중시켜야 하기 때문에 한 번의 시도 후에는 기운이 빠진다. 손에 흐르는 땀 때문에 탄산마그네슘이 밀가루 반죽이 됐다. 바벨이 손에서 빠져나간다. 1·2차시기 실패 후 2분간의 휴식. 상대 선수와 교대로 도전할 때는 1분, 한 선수가 2번 연속으로 도전할 때는 2분의 시간이 주어진다. 선수들의 오후 연습시간이 다가온다. 몇 몇 선수의 모습이 보인다. 시선이 느껴지자 긴장감은 더 커진다. 역도대표팀이 베이징 현지의 응원소리까지 녹음해 분위기 적응훈련을 하는 것이 이해가 됐다. 박수소리에 힘을 내며 마지막 저크. 결국 65kg으로 용상을 마쳤다. ● 인상(Snatch) “초보자에게 인상은 좀 무린데….” 전병관 감독을 졸랐다. 스타트 자세는 같다. 단, 양 팔의 간격을 용상보다 넓게 한다. 역기를 끌어올림과 동시에 무릎으로 튕겨 바로 들어올린다. 한 동작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몸의 균형이 조금만 흐트러져도 실패다. 장미란 같은 세계적인 선수도 인상시 왼쪽으로 몸이 기울어지는 약점을 가질 정도로 어렵다. 77kg급 메달유망주 사재혁(23·강원도청)은 근육의 움직임을 통해 몸에 균형을 살피기 위해 웃통을 벗고 훈련을 한다. 1차 40kg도전. 용상에서 5kg 차이가 천근만근으로 느껴졌던 것과는 반대다. 무거운 중량에 대한 적응력이 생겨 가볍게 느껴진다. 가뿐하게 성공. “마지막으로 50kg도전입니다. 쉽지 않을 겁니다.” 1·2차 시기에서 실패하자 집중력은 더 높아졌다. 역기를 드는 순간, 몸은 짓눌렸지만 마음은 한 없이 편안했다. 합계 115kg. 역기를 내려놓자 심장이 뛰었다. 전 감독은 “‘네가 들기에는 무리’라는 무게를 들었을 때의 쾌감 때문에 바벨을 놓지 못하는 것”이라며 웃었다. 태릉=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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