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톡바둑관전기]기복이없어슬픈이여

입력 2008-07-08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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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훈은 기복이 없는 기사다. 기복이 없다는 것은 분명 크나큰 장점이다. 비단 프로뿐만 아니라 범인들도 다를 게 없다. 기복이 없는 인생은 만인이 바라마지 않는 궁극의 삶이다. 그런데 기복이 없는 기사들이 팬들로부터 그만큼의 사랑을 받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오히려 폭발적인 사랑을 얻는 쪽은 기복이 꽤 심한 이들이다. 유창혁이 그러했고 서능욱이 그러했으며 이세돌이 그렇다. 반면 가장 기복이 없던 이창호는 명성만큼의 인기를 누리지 못했다는 생각이 든다. 이창호 팬들은 늘 이것이 불만이었다. 일부에서는 ‘이창호가 차라리 중국에서 태어났더라면 …’하는 볼멘소리를 하기도 했다. 박영훈도 분류하자면‘이창호과’다. 성적에 비해, 이름에 비해 어쩐지 인기가 따라주지 못한다는 인상이다. 뭔가 ‘짜릿한’ 맛이 떨어지기 때문일 것이다. 작금의 일인자 이세돌을 잡을 수 있는 유일의 대항마로 꼽히면서도 늘 이세돌의 그림자에 가려져 있다는 느낌이 드는 것은 그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고 없는 기복을 일부러 만들 수도 없는 노릇이지만. <실전> 백1까지는 프로들의 연구에 의해 결론이 지어졌다. 백3으로 젖힌 것은 본시 <해설1> 백1로 미끄러지는 게 정수다. 이게 보통이다. 실전은 흑10으로 붙이는 수가 성립됐다. 김기용은 고민 끝에 백11로 후퇴했다. 기세를 부리자면 <해설2> 백1·3으로 두는 것이다. 그런데 이건 백이 곤란하다. 바깥쪽 싸움이 만만치 않은 데다 우변도 한 번 더 둬야 한다. 흑이 우세한 전투이다. 결국 백은 <실전> 백13으로 안에서 살았다. 이래서는 흑이 좋은 바둑이 됐다. 슬슬 초반부터 김기용의 ‘헛발질’이 나오고 있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해설=김영삼 7단 1974yski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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