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용배의열린스포츠]일탈행위술술안넘긴다

입력 2008-07-21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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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프로야구의 최대이슈는 정수근의 음주폭행 사건이다. 누가 뭐래도 이번 사건으로 정수근은 너무 많은 것을 잃었다. 롯데구단이 임의탈퇴를 즉각적으로 신청한 것도 예전과는 사뭇 다른 접근방식이다. 정수근의 음주폭행 건을 프로야구선수들은 단순한 개인일탈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예전과는 상황이 근본적으로 달라지고 있다는 패러다임의 변화를 읽어야 한다. 물론 이번사건이 이렇게 확대된 것은 폭행이라는 형사적인 문제가 결정적인 원인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폭행의 기저에는 분명히 술이라는 매개체가 있었다. 한국프로스포츠에서 술과 관련된 무용담은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정수근 사건은 빙산의 일각이고, 실제 음주와 기타 일탈로 인한 엄청난 휘발성은 아직도 스포츠계 곳곳에 내재되어 있다. 이번 사태를 지켜보며 선수들은 영장도 기각되고 피해자와 합의도 이루었는데, 그러한 과정을 지켜보지도 않고 구단이 임의탈퇴를 신청한 것은 너무하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과거기준으로 보면 그렇다. 이번보다 더한 사건들이 보도되지 않고 그냥 지나간 것이 한 두건인가. 야구만 잘하면 모든 것이 용서되던 시절도 있었다. 선수들의 일탈행위를 ‘무마’하기 위해 구단이 ‘불철주야’ 뛰어다니던 시절도 있었다. 그러나 이 모든 것도 이제는 한계에 왔다. 세상이 ‘변했다’. 모든 영역에서 평가 잣대는 날로 엄격해지고 있다. 프로야구 선수는 스트레스의 연속이다. 팀 성적이 좋아도 개인 성적이 부진하면 스트레스다. 기나긴 시즌, 특히 집 떠나야 하는 원정은 고달프다. 미국프로스포츠에서도 야구선수들의 이혼율이 제일 높다. 농구와 미식축구는 1박2일의 원정이지만, 야구선수들은 짧게는 3일, 길면 9일의 원정이 상시적으로 있다. 가정에 충실하기 힘들고, 긴 원정은 끊임없는 일탈을 조장한다. 한국프로야구도 별 차이가 없다. 항시 유혹에 노출될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자기관리가 되지 않으면 망가지는 것은 이제 시간문제다. 노장진, 김진우, 정수근 사건이 주는 공통적인 메시지는 분명하다. 이제는 구단이 선수를 보호하고 싶어도, 일탈이 반복되면 바깥세상이 용서하지 않는 시절이 되었다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자기가 실제로 저지른 일보다 더한 처분이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스포츠계 뿐만 아니라 다른 영역의 모든 중요한 일 중에서 언론에 보도되는 것은, 실제 일어난 일의 1%도 안된다. 오늘 일어난 일 중에서 설사 그것이 중요한 일이라 하더라도 99%는 감추어지고 있다. 아니 감추어지는 것이 아니라 언론에 보도되지 않을 뿐이다. 그러나 그것이 영원한 면죄부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정수근 사건이 주는 진정한 함의는 ‘한 순간’에 모든 것을 잃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것이 ‘나’가 아님을 안도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동명대학교 스포츠레저학과 교수 스포츠에 대한 로망을 간직하고 있다. 현실과 로망은 다르다는 것을 알지만 로망과 스포츠의 ‘진정성’을 이야기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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