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형모의Black&White]개그와바둑의‘평생’입맞춤

입력 2008-08-08 00: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양기자! 한해원이 김학도하고 결혼한대! 뭐 좀 들은 거 없어?” 지난 3일 슬금슬금 퇴근 준비를 하고 있는데 엔터테인먼트 K부장이 달려왔습니다. 한해원 3단 멘트 좀 따오라는 명령이 곧이어 떨어졌지요. 부랴부랴 한해원 3단 휴대폰으로 전화를 걸었지만 불통. 시계를 보니 밤 9시가 살짝 넘었습니다. 아이고, 이걸 어떻게 하나. 수소문 결과 한해원은 한국기원 1층 바둑TV 스튜디오에서 한국바둑리그 생방송 중계를 하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 택시를 잡아타고 한국기원으로 달려갑니다. 잠시 후 낯익은 경쟁지 바둑담당 기자들도 속속 도착합니다. “어, 어떻게 됐어?” “아직 바둑이 안 끝났어요.” 모두들 초조하게 담배만 피워대며 바둑이 끝나기만을 기다립니다. “둘이 언제부터 사귄 거래?” “글쎄요… 폭소클럽 출연하면서부터인가?” “아니, 그 전에 생생한 게임바둑 같이 진행하면서부터라는데요.” 기자들끼리 온갖 설만 무성한 가운데, 드디어 바둑이 끝났습니다. “결혼 축하해요. 어서 인터뷰를 …” “프러포즈는 누가 했나요?” “첫 키스는 어디서?(이 질문한 기자는 누구얏)” 한해원 3단은 얼굴만 발그레 붉힌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저어… 인터뷰는 당분간 서로 하지 않기로 했거든요. 정말 죄송해요.” 결국 현장에 있던 기자들은 보기 좋게 허탕을 치고 말았습니다. 섭섭한 마음이야 그지없지만 ‘신랑이 시킨 일’이라 하니 더 이상 몰아댈 수도 없는 일이었지요. 시계를 보니 밤 12시가 다 되어 갑니다. 허탈함이 한 겹 더 쌓입니다. 지난해 2007한국바둑리그 개막식이 생각납니다. 사회를 김학도씨와 한해원 3단이 함께 맡기로 되어 있었는데, 하루 전날 그만 김학도 씨의 파혼 사건이 언론에 터지고 말았습니다. 바둑리그 진행측은 김학도 씨와 연락을 하려 무던히 애를 썼지만 연락두절. 혹시나 제 시간에 나타나지 않을까 싶어 대타 사회자가 현장에서 분장을 하고 의상을 입은 채 초조히 대기하고 있었지요. 김학도 씨는 개막식 행사 10분전에 다행히도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아무렇지도 않은 듯 한해원 3단과 진행을 마치고는 다시 홀연히 사라졌습니다. 그때 ‘아, 이 사람은 책임감이 참 강한 사람이구나’싶었습니다. 한해원 3단은 “한결같이 자상한 모습에 끌렸다”라고 했지요. 책임감이 강한 데다 자상하기까지 하니, ‘우리 한해원 사범’의 남편으로는 ‘딱’ 인 것 같네요. 김학도 씨! 한국갤럽이 7월에 조사한 전국 766만 바둑팬이 지켜보고 있습니다. 한해원 3단이랑 검은머리 파뿌리가 팍팍 삭을 때까지 행복하게 사셔야 합니다. 그렇지 않을 경우 전국 바둑팬들로부터 분노의 ‘(바둑)돌’ 맞을 각오 단단히 하셔야 합니다요.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