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형모의Black&White]한국기원홈페이지스토리

입력 2008-07-25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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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원이 공식 영문 홈페이지를 만들어 8월 1일부터 오픈을 한다고 합니다. 외국인들에게 세계 최강의 ‘지존’으로 군림하고 있는 한국바둑을 널리 알리고 우리 바둑문화를 세계화 시키겠다는 ‘하얀 야심’을 갖고 마무리 작업에 한창이라지요. 특히 이번 영문 홈페이지는 문화관광체육부와 국민체육진흥공단의 후원으로 국민체육진흥기금을 받아 만들게 되었다고 합니다. 지난 6월 말 클로즈 베타작업을 완료한 후 7월 1일부터 오픈 베타서비스를 하고 있으니 관심 있는 분들께서는 ‘http://english.baduk.or.kr’로 일차 왕림해 보시길. 이와는 별개로 한글로 서비스되고 있는 한국기원의 메인 홈페이지(www.baduk.or.kr)는 지금까지 두 차례의 리뉴얼을 거쳐 현재의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한국기원 자체 기술로 만들었던 첫 홈페이지를 이후 업그레이드 수준의 리뉴얼을 했고, 2002년에 대대적인 외과 수술 끝에 지금의 홈페이지가 만들어졌지요. 두 번째 개편에서는 한국기원의 자회사인 사이버오로에서 홈페이지 제작을 맡았습니다. 2002년판 홈페이지를 만들면서 한국기원 실무진들은 ‘세계 최고의 바둑 홈페이지를 만들어보자’는 의욕으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영문홈페이지도 이미 이 당시 제작하기로 기획했지만 사이버오로 제작파트의 탈진(?)과 운영상의 난제로 포기했었지요. 우여곡절 끝에 2002년판 한국기원 홈페이지가 ‘드디어’ 선을 보이게 되었습니다. 프로기사들의 대국 전적DB와 함께 기보 무료보기 서비스가 장안의 화제였지요. 자유게시판은 말 그대로 ‘자유로운 사상과 바둑에 대한 애정의 분출구’로서 각광받았습니다. 그런데 기쁨은 잠시. 한국기원 홈페이지는 시간이 흐르면서 무성의한 관리와 더딘 업데이트, 팬들의 요구 수용능력 부족을 드러내며 팬들로부터 질타를 받기 시작했습니다. 변화를 외치는 팬들의 목소리에 한국기원은 두 눈을 꾹 감은 채 깊은 명상에라도 들어간 듯 묵묵부답이었지요. 결국 외치다 외치다 목이 다 쉬어버린 팬들은 한국기원 홈페이지를 떠나 상업 사이트로 발길을 돌리게 되었습니다. 이번 영문 홈페이지 개설을 환영하면서도 일부에서 ‘메인 홈페이지부터 제대로 해라’라는 볼멘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한국기원에 문의해 본 결과 메인 홈페이지도 리뉴얼을 위해 준비 중이라는 답변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2002년 이후 처음이니 6년 만의 리뉴얼이로군요. 요즘 같은 초스피드 IT시대에 구닥다리 홈페이지 하나로 6년을 버텨 온 한국기원의 뚝심(?)이 놀랍기도 하지만, 어쨌든 새로운 변신을 기대해보기로 합니다. 홈페이지는 만든 이의 얼굴입니다. 또한 온오프라인이 따로 없는 시대에서는 가장 중요하고도 기름진 텃밭입니다. 가꾸지 않으면 당장 초췌해지고, 잡초가 무성해집니다. 여기서 한 발짝 나아가면 거미줄과 까마귀만 울어대는 폐가가 됩니다. 주름과 기미는 지우고, 잡초를 싹 걷어낸 한국기원의 뉴 홈페이지. 세계 바둑 최강국의 새 얼굴이 꼭 ‘장동건’처럼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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