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들의 변신’은 무죄다. MBC가 새로 선보인 드라마들에서 여자 연기자들이 과감한 변신을 선언해 시청자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다.
기존 이미지를 과감하게 버린 여자 연기자 3인방은 이미숙, 신은정, 이소연. 세련미를 버리고 털털한 매력을 택하는가 하면 도발적인 모습 대신 억척스러운 생활력으로 돌아섰다. 드라마와 영화를 오가면서 주조연으로 활발히 활동했던 이들이 나란히 승부수를 띄운 셈이다.
이들 중 단연 돋보이는 주인공은 이미숙. MBC 월화극 ‘에덴의 동쪽’(극본 나연숙·연출 김진만)을 통해 잡초처럼 강인한 어머니 양춘희로 나서 시들지 않은 연기력을 과시하고 있다. 양춘희는 억울하게 죽은 남편의 원한을 갚겠다는 일념으로 악착같은 삶을 잇는 여장부다.
영화 ‘뜨거운 것이 좋아’와 ‘스캔들’에서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도발적인 매력을 드러냈던 이미숙의 과거를 ‘에덴의 동쪽’에서는 찾아보기 어렵다. 경상도 사투리를 거칠게 쓰고 임신 8개월의 몸으로 막걸리 한 사발을 거침없이 들이키는 도전적인 연기 덕분이다.
이미숙은 자신의 역할을 두고 “모성애가 강하고 두 아들을 아주 억척스럽게 길러내는 엄마”라고 설명했다. 이어 “양춘희는 살아야 하는 이유와 엄마의 책임을 가슴에 묻고 사는 복잡한 여인”이라며 지금까지 선보였던 ‘쿨’한 인물과 대조를 이룬다고도 덧붙였다.
‘에덴의 동쪽’을 변신의 발판으로 택한 또 다른 연기자 신은정도 관심대상으로 떠올랐다. 전작 ‘태왕사신기’에서 순종적인 여인상을 표현해 인지도를 높인 신은정은 발빠르게 악녀로 영역을 넓혔다. 그녀가 연기하는 미애는 아내가 있는 남자에게 버림받은 뒤 훗날 로비스트로 변모해 남자의 가족을 파멸로 이끄는 장본인. 순수한 웃음을 거둔 신은정을 두고 시청자들은 ‘소름 끼친다’는 반응을 보일 정도다.
새침하고 도도한 역할로 도시적인 분위기를 내온 이소연은 ‘푼수녀’로 옷을 갈아입었다. 8월 30일 첫 선을 보인 주말극 ‘내 인생의 황금기’(극본 이정선·연출 정세호)에서 육상선수 출신 고등학교 육상코치를 맡고 그 동안 고수한 치마와 하이힐 대신 운동복과 운동화를 택했다.
화장은커녕 멋을 모르는 여자 이황이 이소연의 역할. ‘봄의 왈츠’, ‘우리 집에 왜 왔니’를 통해 악녀에 가까운 까칠한 언행을 일삼던 이소연이 택한 가장 과감한 변신인 셈이다. 이런 이소연을 두고 친구들마저 “제발 옷이라도 잘 갖춰 입어라”는 조언을 하고 있다지만 정작 이소연은 “자신있다”고 응수한다.
이소연은 “남자를 업거나 철봉에 이마를 찧으면서 망가지는 장면이 많다”면서 “과거에는 사랑하는 남자를 향해 집착했다면 이 드라마에서는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고 폭발하는 의리파 여자”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