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너무예뻐”뻔뻔해?당당해!…노랫말나르시즘,공주병이대세

입력 2008-09-01 00: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아임 소 핫/난 너무 예뻐요’(원더걸스 ‘소핫’), ‘나는 신데렐라 일낼라/12시가 지나면 내가 널 어떻게 할지도 몰라’(서인영 ‘신데렐라’), ‘쉬워보였겠지 잠깐은/내가 없는 무대였으니’(이효리 ‘천하무적 이효리’). 가수라면 무대 위에서 최고가 되고 싶은 건 누구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최고의 가수가 되기 위해서는 노래나 춤 실력이 뒷받침돼야 하지만, 여기에 한 가지를 추가하자면 일종의 ‘공주(왕자)병’, 즉 자신이 최고라는 나르시즘도 필수다. 적어도 무대 위에서 만큼은 내가 최고라는 자아도취가 없으면 관객들의 시선을 잡아두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최근 가수들이 ‘나는 너무 예쁘고, 아무도 이길 수 없는 천하무적에, 자신을 동화 속 주인공’으로 지칭하며 ‘12시가 넘어가면 모든 남자들이 위험(?)에 빠질 것’이라는 대담한 경고까지 노래하고 있다. 일명 ‘가사 속의 나르시즘’이다. 대표적인 노래가 이효리의 솔로 3집 ‘천하무적 이효리’다. 이 노래는 10년 동안 많은 것을 포기하고 톱스타 자리에 오른 이효리의 자전적인 얘기를 담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그녀만의 자신감이 묻어나온다. 특히 ‘쉬워보였겠지 잠깐은/내가 없는 무대였으니’라는 소절은 섹시 톱가수로서 자신의 독보적인 자리에 대한 확신이 엿보인다. 실제 이효리는 ‘천하무적 이효리’의 작사에 동참해 “여러 가지 힘든 일이 있었지만 모든 걸 인내하고 지금의 톱가수 자리를 지켜온 내 얘기를 담아 달라고 작사가에게 부탁했다”며 뒷이야기를 밝혔다. 서인영의 솔로 2집 ‘신데렐라’에서도 역시 자신을 동화 속의 아름다운 주인공 ‘신데렐라’로 자칭하는 그녀의 나르시즘을 느낄 수 있다. 예능프로그램에서 신제품 구두를 좋아하는 ‘신상녀’로 화제를 모은 까닭에 구두와 연관된 ‘동화 신데렐라’를 선택했다는 서인영. ‘12시가 넘으면 내가 변해/남자들이 위험해진다’는 도발적인 가사는 그녀의 트레이드 마크인 당당함을 그대로 표현하고 있다. 서인영은 “내가 무대에 오르면 ‘그 분’이 오는 것 같다”며 “물론 나의 모습을 빗대 신데렐라로 비유한 것도 있지만 이 세상의 모든 여자는 공주가 돼야 한다고 생각하고 남자들은 여자들에게 공주처럼 대해줘야 한다는 그런 의미를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나르시즘의 결정판은 올 상반기 저력을 과시한 그룹 원더걸스의 ‘소 핫’이다. 노래 시작부터 끝까지 ‘난 너무 예쁘고 너무 ‘쿨’하며, 이 놈의 인기는 대체 사그라지지 모른다’고 얘기한다. ‘엄마가 날 너무 예쁘게 낳아줘서 피곤하다’는 다소 위험한 수위의 말도 서슴지 않는다. 지난해 ‘텔 미’로 ‘국민 여동생’ 자리에 오른 원더걸스는 ‘소 핫’으로 다시 한 번 인기몰이에 성공했다. 이런 원더걸스의 돌풍은 단순히 무대 위 ‘공주’들의 깜찍한 모습이 화제를 모았다기보다는 ‘나는 너무 예쁘다’는 말로 사람들의 마음 속에 잠재된 나르시즘을 정곡으로 찌른 까닭은 아니었을까.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