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책일까요?그래도,‘그대를사랑합니다’…강풀만화원작연극

입력 2008-09-04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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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럭버럭 소리를 지르고 살가운 구석은 하나도 없던 할아버지가 빙판길에서 미끄러지는 할머니를 만났다가 스르르 사랑에 미끄러진다. 대학로 연극 ‘그대를 사랑합니다(위성신 연출)’는 폐휴지를 줍는 송이쁜(77) 할머니와 우유배달을 하는 김만석(76) 할아버지의 사랑 이야기다. 이 작품에는 주차관리로 일하는 장군봉(79) 할아버지와 치매에 걸린 그의 부인 조순이(68) 할머니의 사랑도 함께 접할 수 있다. 강풀 만화 원작의 ‘그대를 사랑합니다’는 사람 냄새가 물씬 풍기는 작품으로 특정세대를 떠나 관객의 호응을 얻었다. 힘들게 부대끼는 일상에서 잔정을 주고받는 할머니, 할아버지의 에피소드가 돋보이며, 지난 4월 초연 이후로 9월부터 앙코르 공연에 들어갔다. 이 작품에서는 사랑에 빠진 ‘욕쟁이’ 할아버지의 변신을 지켜보는 게 관객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준다. 각기 다른 두 팀이 공연하며, 서로 다른 할아버지 강태기, 최주봉의 ‘그대를 사랑합니다’ 고백을 번갈아 듣는 것도 색다른 재미가 될 수 있다. ○ 눈물 많은 최주봉, 외골수 영감으로 변신 앙코르 공연에서 새롭게 ‘김만석’을 연기하는 최주봉(64)은 5일 첫 공연을 앞두고 긴장하고 있다. 주어진 캐릭터를 ‘오버’는 하지 않을 생각이다. 눈물이 많아 KBS 다큐미니시리즈 ‘인간극장’을 보며 눈물을 훔치는 그는 자신의 연극 ‘그대를 사랑합니다’를 먼저 보면서도 울고 말았다. 그는 “만화를 본 사람들은 디테일한 부분이 생략돼 실망할 수도 있지만, 다른 언어로 표현하는 것이니 더 뭉클한 감동을 주겠다”고 말했다. 최주봉은 “연극은 예술이지 장사가 아니다”고 못 박으며 대본을 읽고서 “김만석이랑 나랑 비슷하다.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한 뒤 출연을 결정했다. 젊은 관객이 많은 것을 보고서 “아이들은 부모를 이해하는 교육적 가치 때문에, 부모들은 향수 때문에 이 작품을 사랑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요새는 KBS 아침마당에 출연해서도 “대학로에서 연기하고 있다”며 ‘일단 보러 오라’고 사람들에게 권유한다. “외골수였던 영감이 어느 날 촛불을 키고 여자에게 ‘해피버스데이’할 때 ‘아! 이런 면도 있구나’ 느끼게 된다”며 욕쟁이 영감의 귀여운 반전을 관람 포인트로 추천해 주었다. 그는 나이 마흔다섯을 넘고 나서야 대중에 알려졌다. “배우는 순리대로 가야한다. 자기 일에 미쳐야 한다. 기본을 아는 배우가 돼야 한다”고 신조를 지키며 연기한다. 최주봉은 “남들이 나를 보면 장난스럽고 유머러스한 부분이 있지만 오히려 비극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연극 ‘그대를 사랑합니다’의 두 커플 중 한 커플은 슬픈 결말을 맞는다. ○ 강태기, 김만석 할아버지로 살아나오다 “아…똑같네! 아…김만석하고 똑같네!” 지난 공연 때부터 김만석 역을 맡은 강태기(58)는 최근 계속 이 말을 듣는다. 작품을 철두철미하게 분석하고, 인간의 심리를 고민한 본인의 노력 덕분이다. 천상병, 김소월, 이중섭, 안익태 등 실존 인물 연기를 많이 맡았던 그는 천상병 시인의 부인 문순옥 여사가 ‘여보 고마워’라고 말한 적이 있을 정도로 인물의 감정을 세밀하게 표현한다. 강태기는 언제나 ‘감정’을 고민하는 배우다. 후배들에게도 항상 심리학을 공부하라고 충고하고, ‘뉴스’를 챙겨보라고 말한다. 김만석 역할을 맡으면서도 극 중 인물과 비슷한 처지의 관객들을 고려했다. “치매 부모를 둔 가족, 치매 배우자를 둔 분들이 혹시 작품 보고 상처를 받으면 어쩌나”하고 고민도 했다. 투박하지만 속으로는 한없이 따뜻한 할아버지를 연기하며, “김만석 속은 그렇지 않잖아. 곁에 있는 사람이 죽고 후회해봐야 아무 소용없는데…남자가 원래 굉장히 약해. 여성스러워지고 싶을 때도 있고…” 라며 애교 있는 할아버지의 포즈를 선보였다. 강태기는 “연극은 가짜가 아니라 진짜다”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 대학로 지하 극장에서 진짜 진한 사람 이야기를 보이고 있다. 앙코르 공연은 처음보다 더 좋아야 한다는 게 그의 원칙이다. 소극장에서는 눈 표정, 동작 하나하나가 관객에게 그대로 드러나기 때문에, 술도 끊고 김만석에 집중하고 있다. 그는 “죽을 때까지도 김만석을 연기하고 싶다. 내가 김만석 나이가 될 때까지 꼭 이 연극을 하겠다”며 작품에 대한 애정을 과시했다. Tip - SD가족 무료관람 신청하세요 가족과 함께 대학로 연극 ‘그대를 사랑합니다’를 보고 싶은 SD 정기 독자들은 9월 10일부터 스포츠동아 홈페이지를 통해 접수하면 추첨을 통해 9월 24일, 25일 오후 8시 공연에 초대된다. 변인숙 기자 baram4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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