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과1000승을바꿨다’는김성근감독의고백“아무도모르게암수술”

입력 2008-09-05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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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10년이나 지났으니 말할 수 있어.″ 지난 3일 히어로즈전에서 1000승을 달성한 SK 김성근 감독이 4일 경기 전 기자들과의 인터뷰에서 꺼낸 말이었다. 김 감독은 10년이나 된 일을 고백하기 위해 그렇게 운을 뗐다. ″어제 밤 1000승을 달성한 뒤 말을 할까 말까 고민을 많이 했다″는 김 감독은 ″왜 내가 1000승을 생명과 바꿨다고 말했는지 아느냐″고 물었다. 다들 묵묵부답. 그저 ″치열하게 살아 왔다″는 것을 표현하기 위해 그랬을 것이라고 생각했을 뿐, 정말 그가 ´생명과 바꿔 1000승 고지에 올랐는지´는 아무도 몰랐다. 김 감독은 ″1998년 쌍방울을 맡았을 시절에 신장암 수술을 받았다″고 털어놨다. 한동안 정적이 흘렀다. 아무도 눈치채지 못한 일이었다. 그는 아무도 모르게 수술을 받고 아무도 모르게 고통스러워 했다. 아무에게도 수술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1998년은 김 감독이 약한 전력과 열악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고군분투하며 쌍방울 레이더스를 이끌어 나가고 있던 때였다. 어느 날 소변을 보는데 피가 섞여 나오고 통증이 있더란다. 김 감독은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았다. 작은 병원에서 제대로 알 수가 없어서 큰 병원으로 가서 다시 검사를 받았다. 검사에 검사를 거듭한 뒤에야 ´암´ 이라고 선고를 받았다. ″소름이 쫙 돋더라고.″ 김 감독은 암 선고를 받았을 때를 그렇게 회상했다. 하지만 그는 바로 수술을 받지 않았다. 경기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소름돋는 암 선고´를 받고도 야구를 놓을 수 없었다. 그렇게도 놓을 수 없었던 야구는 김 감독이 암을 회복하는 원동력이 됐다. 김 감독은 ″수술실로 들어가는데 간호사가 ´야구장으로 돌아가셔야죠´라고 말하더라고. 그게 수술 전 마지막 기억이야″라고 말했다. ´야구를 해야 한다´ ´야구장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일념 때문에 그는 암 투병 사실을 숨겼다. 오른쪽 콩팥을 떼는 수술을 받은 후에도 결석이 있었다고 둘러댔다. ″다시 나간다는 일념으로 야구장으로 걸어 나갔어. 어지럽고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아도 한걸음 한걸음 걸었지. 10년 동안 그래 왔어.″ 김성근 감독은 암 수술 후에도 내색 한 번 하지 않고 야구장으로 돌아왔다. 몸이 아프고 머리가 어지러워도 김 감독은 자리를 지켰다. 그렇게 10년을 지낸 후 김 감독은 개인통산 1000승을 기록한 사상 두 번째 감독이 됐다. ″정말 생명이랑 바꾼 것 같지 않아?″라고 반문한 김 감독은 ″야구를 해야겠다는 일념뿐이었어. 그게 나를 여기까지 오게 해준거야″라고 감회에 젖은 표정을 지었다. ″병 때문에 진 적은 없다″며 자랑스럽게 웃은 김 감독은 ″하루하루가 귀중해졌기 때문이지″라며 미소지었다. 이런 김 감독이기에 야구 없이는 생명도 없었다. 암 수술 후에도 그는 새벽 3~4시까지 데이터를 붙잡고 씨름을 했다. ″사명감이야.″ 야구를 놓을 수 없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 김 감독은 ″도망가면 안돼. 언제나 공격하고 피하지 말아야지″라며 자신의 강한 일념을 드러냈다. 자신의 투병 사실을 털어놓은 이유는 마지막에야 나왔다. ″의무와 사명감이 먼저고 권리는 나중이야. 요즘 사람들은 너무 권리부터 찾아. 사명감을 가지고 살아야돼″ 라고 따끔한 일침을 놓은 김 감독은 ″잘 들어두라고″라고 다시 한 번 당부했다. 【인천=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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