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L프리토킹]‘스콜라리론칭’절반의성공…‘첼시매직’가능성은?

입력 2008-09-09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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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로직접작전지시선수들장악,디산토·칼루등유망주과감히기용
《첼시의 현 수장 루이스 펠리페 스콜라리 감독은 “만일 어떤 사람이 내 사생활에 대해 이야기한다면 나는 그에게 주먹으로 한방 먹일 거다. 고소를 당하는 것 따위에는 관심이 없다. 나는 내 방식으로 문제를 풀어나가는 것을 좋아한다”고 설명한 적이 있다. 이 말을 한 때가 브라질 클럽인 팔메이라스 감독으로 있던 1999년이니까, 거의 10년이 다 된 지금까지 스콜라리는 자신만의 색깔을 여전히 고수해 온 것으로 보인다. 그것도 성공적으로 말이다.》 지난달 31일 토트넘과의 홈경기는 스콜라리의 ‘마술’이 세계 최고 리그인 EPL에서도 통할 수 있느냐를 가늠할 실질적인 첫 번째 관문으로 팬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양 팀 모두 물러설 수 없는 ‘런던 더비’였지만, 토트넘의 전통적 더비 상대는 첼시가 아닌 북런던을 기반으로 한 아스널이다. 토트넘은 영국 언론이 ‘막강’이라는 수식어를 붙이는 것이 관례일 정도로 공포적 존경심을 불러일으키는 아스널과 역사적 라이벌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그 자체가 토트넘이 무시할 수 없는 명문 클럽이라는 사실을 대변해준다. 또한 전문가와 팬들이 ‘빅4’의 아성을 깨뜨릴 후보로 빠지지 않고 지목하는 클럽이다. 시즌 초반 연패의 늪에 빠져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는 토트넘이지만 첼시와의 대결은 팬들의 흥미를 자극했다. 이런 관점에서 토트넘-첼시전은 스콜라리의 실질적 프리미어리그 개막전으로 볼 수 있었다. 결과는 절묘한 1-1 무승부였다. 첼시는 비록 홈에서 승리하지는 못했지만 승점 1를 보태 여전히 리버풀에 골득실에서 3점이 앞선 EPL 1위 자리를 지켰고, 토트넘은 시즌 첫 승점을 올려 자칫 나락으로 빠질 위기에서 탈출할 귀중한 전기를 마련했다. 양 측은 어느 정도 만족할 만한 승점 1을 절묘하게 나누어 가지게 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이를 반영하듯 스콜라리나 라모스 감독 모두 경기 후 결과에 만족하다는 소감을 피력했다. 그러나 미디어는 맨유와 함께 우승후보로 지목되는 첼시가 승리하지 못했다는 점에 초점을 맞춰 첼시의 부진과 스콜라리에게 실망감을 드러냈다. 물론 경기 내내 표정변화 없이 그라운드에 서서 지휘하던 라모스에 비해 스콜라리는 경기가 뜻대로 풀리지 않고 있음을 변화무쌍한 감정표현으로 웅변했다. 또한 더 요란했던 토트넘 서포터들의 열기도 어느 정도 토트넘이 예상 밖으로 선전을 했음을 알 수 있게 하는 대목이었다. 그러나 첼시가 승점 2를 더 보태지 못했다는 결과만 뺀다면 EPL 챔피언이 될 수 있다는 스콜라리의 자신감과 반면에 강호들을 위협할 후보군에서 조차 탈락할 수 있다는 라모스의 초조함을 엿볼 수 있게 한 경기였다. 먼저 경기 내내 선수들에게 주저 없이 직접 지시하는 스콜라리의 장악력에 비해 라모스는 피치를 주시하다 뒤로 돌아서 벤치에 있는 코치들에게 무엇인가를 지시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는 경기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그 이유가 밝혀지게 되는데, 스페인 출신의 라모스는 모든 기자들의 질문에 통역을 통해 답변한 반면 스콜라리는 영어를 못한다는 통념을 깨고 유창하지는 않지만 회견 내내 영어로 답변하는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즉, 스콜라리는 포르투갈어와 영어로 모든 지시를 선수들에게 직접 할 수 있었던 반면에 라모스는 일일이 통역을 통해 하다 보니 경기 내내 겉도는 모습을 보여준 것이다. 또한 승점을 얻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는 라모스에 비해 스콜라리는 자신이 첼시의 미래라고 부르는 19살의 디 산토, 23살의 칼루를 기용하며 보다 큰 그림을 그리는 여유까지 부렸다. 경기 내용을 본다 해도 에시앙이 크로스 바를 맞힌 것을 제외하더라도 첼시의 공세를 토트넘이 밀집 방어하는 양상으로, 첼시가 전반적으로 운이 따르지 않았지만 우세했다고 볼 수 있었다. “비겼다고는 하나 맨유도 개막전을 홈에서 뉴캐슬과 비기지 않았던가.” 스콜라리의 말대로 프리미어리그에서 모든 경기를 다 이기기는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이를 반영하듯 실망스런 경기가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에 스콜라리는 “당신에게는 그럴지 모르지만 나에게는 정상적인 결과”라며, 그 이유로 토트넘은 존경을 받아야 하는 수준 있는 팀이며 미드필더에 5명을 배치해 사실상 10명이 수비하는 팀을 맞아 비록 마무리에 실수가 있었지만 더 많은 기회를 만들어 냈다는 점을 들었다. 스콜라리가 기용한 선수들을 일일이 거론하며 제 역할을 다 했다고 평가하자 한 기자는 “칼루가 스트라이커가 아니지 않느냐”며 문제를 제기했다. 그러나 스콜라리는 아스널의 웽거 감독도 칼루를 스트라이커에 기용한 적이 있다며 지적인 웽거의 방식을 자신이 따르고 있는 것이라고 해 프레스룸에 웃음을 감돌게 했다. 이는 드록바가 부상중인 상황에서 첼시에서만 4경기당 한 골을 넣은 칼루의 재능을 웽거 처럼 시험해 보려는 일환인 것이다. 비록 상대에게 거의 기회를 주지 않은 가운데 승리하지는 못했다 해도 현재까지 가능한 승점 9점 중 7점을 얻어 리그 선두를 달리고 있는 첼시다. 이전 시즌에서 가능 승점 중 75%의 확보로 우승이 결정되었다는 점을 상기한다면 스콜라리의 장담대로 첼시는 목표 초과 달성 중이고, 우승을 향해 순항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기자 회견 내내 자신감을 내비치며 답변하는 스콜라리는 ‘차포’ 드록바와 발락 없이 선두를 유지하고 있지 않느냐는 여유로움마저 느껴졌다. 프리미어리그는 월드컵 유럽 예선관계로 휴식기이다. 이후 시즌이 재개되면 발락은 어려울지 모르지만 드록바의 복귀는 확실해 보인다. 스콜라리가 웃으며 여유를 보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요크(영국) | 전홍석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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