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드오브드림]‘라미레스효과’를받아들이는두가지자세

입력 2008-09-15 00: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최근 10경기에서 9승을 거두며 파죽지세로 포스트시즌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LA 다저스는 시즌 내내 1위를 지키던 애리조나를 끌어 내리고 포스트시즌 진출 희망을 부풀리고 있다. 여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선수로는 역시 보스턴의 문제아에서 다저스의 복덩이로 변신한 매니 라미레스를 꼽을 수 있다. 라미레스는 다저스에 합류한 이후 39경기에서 타율 0.396에 14홈런 41타점으로 펀치력 부재로 고민하던 팀 타선에 숨통을 터주었다. 물론 그 혼자만의 힘으로 페넌트레이스를 이끌 수는 없다. 그의 영입으로 인한 시너지 효과는 엄청나다. 지금은 부상중인 베테랑 제프 켄트도 그의 바로 앞 타석에서 라미레스 앞에 주자를 내보내지 않으려는 투수들의 정면 승부에 힘입어 4할을 오르내리는 타율과 타점을 꼬박꼬박 챙겼다. 현재는 안드레 이디어가 2번 타순에서 역시 라미레스 효과를 보며 성적의 급상승을 보이고 있다. 문제는 같은 효과를 놓고 이를 받아들이는 두 선수의 자세가 판이하게 다르다는 것이다. 베테랑 혹은 자신도 과거 MVP-공교롭게도 라미레스는 아직 MVP를 수상한 적이 없다-로서의 자존심 때문인지 켄트는 라미레스 효과를 극구 부인했다. 심지어 다저스를 상징하는 인물로 이미 77년에 선정되고 내년이면 다저스 중계만 60년째 진행하는 중계 캐스터 빈 스컬리의 이런 발언을 놓고 무슨 말을 하는 줄 모르는 사람이라고 비난하여 팬들의 빈축을 사고 있다. 반면 3년차인 이디어는 라미레스가 뒤에 버티고 있다는 것이 현재 자신의 호조의 가장 큰 이유라고 말하고 있어 극명한 대비를 보이고 있다. 물론 켄트가 라미레스와 관계없이 시즌 내내 부진하다 드디어 자신의 스윙을 되찾고 성적이 상승했을 수도 있다. 그야말로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지는 식의 우연의 일치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가지 분명한 것은 그 판단은 자신만이 내리고 인정할 수는 없다는 점이다. 내가 올라가기 위해 남을 깎아 내리는 것은 아마 가장 유치한 자신 방어 중 하나일 것이다. 전성기를 지났지만 그래도 켄트는 상대 마운드에 부담이 되는 선수이다. 그렇다고 라미레스와 동일 선상에서 비교되는 선수라고 하기도 어렵다. 이는 15년 이상의 과거 경력이 이미 말을 해주고 있다. 게다가 승리를 그리 중시 여기며 팀 내 후배 선수들에게 엄격한 선배 1호로 꼽히는 켄트가 타 선수의 도움을 인정하지 않거나 혹은 인정하기 싫어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포스트시즌을 향해 잰걸음을 옮기는 팀에 도움이 될 것이 없다. 두 사람 이상이 모여 함께 일을 한다면 이미 내가 아닌 ‘우리’이다. 진정한 ‘우리’로 뭉친 팀이 마지막 승리의 축배를 들 가능성이 높기에 야구는 진정한 단체 운동일 것이다. 송 재 우 메이저리그 전문가 인생은 돌고 돌고 그러다 보면 어느새 제자리다.아무리 멀고 험난한 길을 돌아가더라도 평안함을 주는 무엇이 있다면 행복한 사람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