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톡바둑관전기]조훈현미스터리

입력 2008-09-24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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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햐아! 정말 신기하다. 신기해.” 연구실에서 혼자 바둑을 놓아보던 프로기사 L이 탄성을 질렀다. “왜 호들갑이야? 누구 바둑인데? 으응, 물가정보배로구만.” 막 문을 열고 들어선 동료기사 P가 L의 맞은 편 소파에 앉았다. 그의 손에는 근처 테이크아웃점에서 사 들고 온 커피 하나가 쥐어져 있다. “조 국수님 말이야. 어떻게 이 연세에 이렇게 바둑을 두실 수 있는 거지?” L의 감탄이 이어졌다. “흐흐, 그러기에 바둑계의 미스터리 아니겠어? 평소에 연구도 그리 많이 하시는 것 같지 않던데, 두시는 걸 보면 여전히 짱짱하시단 말씀이야.” P가 웃으며 말했다. “이거 홍성지랑 두신 바둑이지? 나도 같이 좀 보자.” L과 P는 기보를 들고는 마주 앉아 돌을 놓아가기 시작했다. “<실전> 백1로 붙였군. 조 국수님이 좋아하시는 스타일이지. 일단 흑은 받지 않을 수 없는데 ….” 흑은 2로 젖혔다. 이때 백은 3으로 되젖히는 것이 행마. 여기서가 문제이다. “홍성지가 흑4로 꾹 이었군. 단단하네.” L이 중얼거리며 <해설1> 흑1로 늘어보였다. “이건 안 되겠지. 백에게 위 아래로 신나게 활용을 당하게 된다고.” 이번엔 P. <해설2> 흑1로 끊어 보인다. “끊고 싶은 곳이기도 하지. 하지만 이런 데 꼭 함정이 있거든. 백은 2로 늘어서 버릴 것이고 결국 백12까지 축이 문제야.” 관건은 축이다. 이 모양은 백의 축이 좋아 흑 두 점이 꼼짝없이 잡힌다. 이렇게 되어선 흑이 애초에 끊은 의미가 없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의미가 없는 정도가 아니다. 이것은 흑이 망했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해설=김영삼 8단 1974yski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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