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미우리기적은계속된다] 1996년‘드라마’vs 2008년‘전설’

입력 2008-09-24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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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쓰이뛰던1996 11.5게임차역전우승…2008이승엽12연승ing“전설을만든다”
‘메이크 드라마(Make Drama)’ VS ‘메이크 레전드(Make Legend).’ 후반기 막판 무서운 페이스로 기적을 만들어가고 있는 요미우리에 대해 일본 언론은 12년 전인 1996년 나가시마 시게오 감독 시절 연출된 ‘메이크 드라마’와 비교해 ‘메이크 레전드’란 표현을 쓰고 있다. 요미우리는 24일에도 히로시마를 6-2로 꺾어 파죽의 12연승으로 한신과 4일 연속 팽팽한 공동선두를 이뤘다. 5번 1루수로 선발출장한 이승엽도 2-0으로 앞선 6회 1사 1·3루서 우전적시타로 귀중한 추가타점을 올리며 4타수 1안타 1타점, 5연속경기안타행진을 이어갔다. 요미우리, 아니 일본프로야구 전체로 봤을 때도 1996년 요미우리가 만들어낸 ‘메이크 드라마’의 기적은 큰 사건으로 기록되고 있다. 그렇다면 ‘메이크 레전드’와 ‘메이크 드라마’ 사이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당시 멤버와 상황을 통해 12년 전 드라마와 올해의 레전드를 비교한다. ●마쓰이와 사이토가 이끈 1996년 ‘메이크 드라마’ 1993년 요미우리 지휘봉을 잡은 나가시마의 감독 재임 4년째였던 1996년. 그해 7월 9일까지 요미우리는 히로시마에 11.5경기차 뒤져있었다. 그러나 요미우리는 무서운 뒷심을 발휘, 결국 그해 77승53패, 승률 0.592로 센트럴리그 우승을 차지한다. 역대 28번째 리그 우승이었다. 요미우리와의 맞대결에서 4번 타자 에토 아키라가 강습 타구에 눈을 다쳐 시즌을 조기마감하는 불운까지 겹친 히로시마는 결국 71승59패, 요미우리에 6게임 뒤진 채 3위로 떨어졌고 2위는 72승58패를 마크한 주니치에게 돌아갔다. 1996년은 현 요미우리 사령탑인 하라 다쓰노리 감독이 현역에서 은퇴한 바로 이듬해였고, 한국인 투수 조성민이 요미우리에 몸 담은 첫 해였다. ‘메이크 드라마’를 연출한 주역은 외야수 마쓰이 히데키(현 뉴욕 양키스)와 투수 사이토 마사키였다. 마쓰이는 그해 타율 0.314에 38홈런 99타점으로 요미우리 타자 중 최고 활약을 펼쳤다. 2001년까지 요미우리 유니폼을 입은 사이토는 그해 16승, 방어율 2.36, 158탈삼진의 역투를 보여주며 요미우리 마운드를 이끌었다. 2008년 요미우리 마운드의 클로저가 용병인 마크 크룬인 것처럼 당시 거인군의 마무리도 역시 용병 마리오 브리토(22세이브)였다. ●라미레스와 그레이싱어, 그리고 이승엽이 만드는 ‘메이크 레전드’ 2008년 7월 9일 1위 한신(51승23패1무)과 3위 요미우리(39승37패2무)의 격차는 무려 13경기였다. 이 때만 해도 요미우리의 역전 우승은 언감생심처럼 보였다. 그러나 ‘메이크 레전드’를 향한 요미우리의 야망은 서서히 힘을 발휘했다. 9월 19-21일 도쿄에서 열린 한신과의 3연전을 독식하며 16년만에 10연승을 기록하면서 21일 마침내 한신과 공동선두에 오르는 기적을 일궈냈다. 지난해 31번째 리그 우승을 차지하고도 일본 챔프 목표 달성에 실패한 하라 감독으로서는 또 한번 최정상을 향한 꿈을 키우고 있는 셈. ‘기적의 2008년 요미우리’의 중심에는 알렉스 라미레스가 있다. 시즌 초부터 계속된 이승엽의 부진을 틈타 거인군단의 붙박이 4번을 맡고 있는 그는 24일까지 134게임 전경기에 출장, 타율 0.309에 41홈런 119타점으로 홈런 공동선두에 오르는 등 요미우리 타선을 선봉에서 이끌고 있다. 투수 중에선 16승으로 다승 1위를 달리고 있는 세스 그레이싱어가 단연 돋보인다. 라미레스와 그레이싱어, 두 용병이 드라마를 썼던 1996년 마쓰이와 사이토 역할을 해 주고 있다. 비록 시즌 성적에서는 라미레스에 턱없이 밀리지만 최근 전설을 써가고 있는 요미우리의 또 다른 중심에는 이승엽이 버티고 있다. 이승엽은 16일 요코하마전에서 생애 첫 3연타석 홈런을 날리는 등 14일 1군 복귀 후 23일까지 9경기에서 홈런 6방을 작렬시키는 괴력을 발휘하며 그간의 부진을 말끔히 씻어내고 있다. ●미완성의 ‘메이크 드라마’ 그렇다면 레전드의 끝은? 요미우리는 기적의 드라마를 연출했던 1996년 일본시리즈에서는 ‘안타 제조기’ 스즈키 이치로(현 시애틀)가 활약하던 오릭스에게 1승4패로 밀려 정상 문턱에서 고배를 마셨다. 10여년간 시즌 중반 요미우리가 부진할 때 ‘단골 메뉴’처럼 등장한 말이 ‘메이크 드라마’였다. 그러나 요즘 요미우리의 페이스는 드라마를 넘어 레전드를 완성해가고 있는 분위기다. 32번째 리그우승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전설을 써가고 있는 요미우리의 시선은 리그 우승을 넘어 일본시리즈 챔피언을 향하고 있다. 김도헌기자 dohon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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