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고고70’댄스가수신민아“나10일간갇혀서춤배웠어”

입력 2008-09-30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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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아,엄마뻘자유로운영혼미미를만나다
《1984년 생으로 아직 이십대 초반이지만 영화 6편, 드라마 3편의 주인공을 맡았다. 영화 데뷔작은 ‘화산고’의 검도부 주장. 액션부터 멜로 ‘달콤한 인생’의 팜므파탈까지 화려한 필모그래프에서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했다. 그리고 ‘고고70’으로 또 한번 신민아가 연기할 수 있는 캐릭터가 더 많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기지촌에서 허드렛일을 하지만 가수의 꿈을 이루기 위해 데블스를 따라 서울로 상경한다. 보고 듣기만 하는 공연이 아닌 함께 춤추고 소리 지르며 땀 흘리는 쇼를 선보이며 성풍적인 인기를 끈다. 그리고 사랑하는 데블스의 보컬 상규를 위해 항상 자신을 헌신하기도 한다. 철없어 보이기도 하지만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고 끝까지 무대에서 춤을 추는 진짜 가수다.》 밤 12시가 되면 집에 서둘러 돌아가야 했던 1970년대. 신데렐라도 아닌데 12시면 어김없이 울리는 종소리, 아니 사이렌 소리에 쫓기는 귀가길. 혈기왕성한 젊음에게 밤 12시는 너무 이른 시간. 30년이 넘게 지난 지금 젊은 층과 비교해 오히려 더 뜨거웠던 그 때 ‘금지된 밤’. 그 중심에는 춤과 노래가 어우러지는 고고장이 있었다. 신기한 과거, 잊혀진 추억이 된 1970년대 ‘금지된 밤’을 그린 영화 ‘고고70’(감독 최호·제작 보경사)의 주인공은 소울 밴드 데블스다. 미군부대 유흥가를 전전하던 데블스는 청운의 꿈을 안고 서울로 상경하지만 시대를 앞서간 음악은 인기가 없다. 하지만 데블스에게는 매니저 겸 코디네이터 미미가 있었으니 그녀는 앉아서 귀로 듣던 공연을 춤을 추며 온 몸으로 흡수할 있게 바꿔 논 선구자였다. 이후 미미는 스스로 ‘미미와 와일드걸즈’라는 팀을 조직, 댄스가수로 인기를 끌며 데블스와는 또 다른 색깔의 라이브 공연을 펼친다. 한동안 파격적인 시원시원한 옷을 입고 1970년대 댄스 가수 미미로 살았던 신민아. 미미가 되기 위해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훈련을 받으며 합숙까지 했다. 영화배우지만 평소 낯을 가리고 내성적인 성격이었다는 신민아. 하지만 미미로 살았던 촬영 기간을 떠올릴 때면 “기회가 되면 가수도 되고 싶어요”라며 웃었다. 반대의 성격이지만 뜨거운 무대에서 만나 열정을 불태운 신민아와 미미. 두 사람의 한 몸으로 땀 흘렸던 그 무대를 캐릭터 인터뷰로 다시 구성했다. 신민아(이하 민아): 전 너무 슬펐어요. 미미: 뭐가 그렇게 슬퍼? 노래 하다가 잡혀간 거? 그때는 흔한 일이었는데. 민아: 그것도 슬픈 일이지만. 그때 춤추며 즐거워했던 관객들 모두 우리 어머니, 아버지들이잖아요. ‘한 번 놀려면 저렇게 힘들었구나. 춤 한 번 추는 게 이렇게 어려웠구나.’ 그런 마음이 들었어요. 미미: 그렇게 이해된다면 다행이네. 사실 이 영화 처음 만든다고 했을 때 과연 요즘 애들이 ‘그때 억압 속에서 분출되는 자유와 열정을 이해 해 줄 수 있을까’ 걱정했어. 자유가 넘치는 지금과 너무 다르잖아. ● 촬영 앞두고 매니저 없이 혼자 합숙훈련하며 춤 노래 익혀 민아: 처음에 걱정했어요. 1970년대 문화를 경험한 사람만 신나는 건 아닐까? 하지만 그 생각이 바뀐 건 촬영 앞두고 본 영상자료였어요. 의상, 헤어스타일이 다르지만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들며 흥겨워하는 표정은 지금과 똑같았어요. 미미도 참 대단해요. 청소하고 허드렛일하다 무작정 데블스 따라 서울로 올라오고, 댄스가수까지 됐잖아요. 미미: 운이 좋았지 뭐. 보기만 하는 공연이 함께 즐기는 놀이터가 되는 순간 모든 사람들이 하나가 되는 느낌이 들었어. 그런데 민아는 대단해. 원래 가수도 아니잖아. 그런데 그 노래에 춤까지 얼마나 준비한거야? 민아: 촬영 앞두고 합숙을 했어요. 그런데 조건이 ‘절대 매니저 없이 혼자 올 것’이었죠. 혼자 운전해 합숙소에 찾아갔더니 일과표가 붙어 있었어요. 몇 시 기상, 연습, 연습, 연습 또 연습. 그리고 회식 후 취침. 춤 선생님과 한 방에서 잠을 자며 열흘간 열심히 배웠습니다. 데블스 오빠들과 많이 친해졌어요. 미미: 그래도 촬영 때 실제 라이브로 공연하는 건 인상적이었어. 배우들에게 쉽지 않았을 텐데. 민아: 조승우 오빠는 워낙 노래도 잘하고 뮤지컬 경험이 풍부해 무대를 앞도했어요. 저는 처음에 자신감이 없었어요. 과연 내가 할 수 있을까? 두려움 떨치려고 연습만 계속하니까 어느 순간 자신감이 붙었습니다. 그리고 무대에 올라 영원히 잊을 수 없는 경험을 했습니다. 미미: 혹시 관객들의 뜨거운 환호성? 민아: 예! 순간 순간의 리액션이라고 해야 할까요? 연기는 관객들의 반응을 직접적으로 느끼지 못하잖아요. 하지만 그들이 가짜 관객들, 보조 출연자 관객일지라도 노래와 춤을 추며 함께 즐기는 느낌이 정말 달랐어요. 무대에 올라 느낀 거지만 미미는 정말 대단해요. 지금으로 치면 트렌드 리더라고 할까요? 파격적인 의상도 대단하구요. 미미: 천대시하고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았던 그 시절 기지촌이 사실 해외 문화가 가장 빨리 전해지는 곳이라는 걸 몰랐던 거지. 미군들이 추고 있는 고고 춤을 가장 먼저 본 것도, 배운 것도 기지촌 여자들이었어. 민아: 미미와 데블스 보컬 상규(조승우)와 사랑은 어떻게 되나요? 미미는 상규를 사랑해 기지촌에서 서울로 따라오고 온갖 노력 기울여 인기밴드가 되는데 큰 역할을 해내잖아요. 미미: 뭐 영화를 보면 알겠지만 워낙 쿨한 사이라서. 꼭 직접적으로 보여 줄 필요는 없잖아. 영화가 끝난 후 미래는 관객들의 몫이잖아. 그리고 꼭 상규만 사랑해서 무작정 뒤쫓아 다닌 건 아니라고 생각해. 미미도 가수에 대한 꿈을 이루기 위해 자신만의 피나는 노력을 한건 아닐까? 민아: 듣고 보니 정답인 것 같아요. 자신만의 노력. 저도 ‘고고70’을 통해 그게 어떤 건지 조금 배웠어요. 예전에 다음 생애에 태어나면 뭐가 되고 싶어요? 라는 질문을 받으면 워낙 어렸을 때부터 연기를 시작해 아무런 답도 생각이 안 났어요. 하지만 이제는 힘들게 배울수록 연기에 관해 더 욕심이 나요. 그리고 스스로 깜짝 놀라게 만들고 싶어요. 다음 생이요? 꼭 연기자가 되고 싶어요.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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