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켓걸’로 불릴 땐 영락없는 여고생이더니, ‘가수 이현지’는 제법 여성미를 풍긴다. 더욱이 솔로가수 데뷔곡도 키스를 기다리는 ‘키스 미 키스 미’다. 키스해줄 남자친구가 있느냐는 질문에 “올핸 남친(남자친구)을 꼭 만들고 싶다”고 에두르며 웃는 모양도 제법 숙녀 같다. 이현지는 “그렇지 않아도 이번 앨범 활동하면서 여자로 보인다는 말을 자주 들어요. 제게도 숨겨진 S라인이 있었다는 거죠”라며 은근히 ‘자랑’을 한다. 지금은 사람들의 시선이 편해졌지만, 처음엔 ‘섹시’란 말이 너무나도 어색했다. 보수적인 집안에서 태어나 자신도 보수적인 가치관을 가진 데다, 평소의 모습이 아니어서 더욱 그랬다. 하지만 엔터테이너이니 만큼 보여줄 수 있는 장점은 보여주고, 그래서 어필할 수 있으면 좋은 일이라 생각하니 ‘여자 같다, 성숙해 보인다’는 말이 기분 좋게 들린다. ‘키스’로 자신의 솔로 활동을 시작한 만큼, 키스에 관한 질문으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그리고 근사한 남자친구를 기다리는 그의 사랑에 관한 솔직한 속내를 들여다봤다. - 첫 키스는 누구랑 언제 했나요. “하하, 첫키스…. 첫사랑과 했죠. 그런데 정말 가슴 아프게 헤어졌어요. 여러 가지 주위 환경으로 인해 더 이상 만나기가 어려웠어요. 그 사람도 연애할 상황이 아니었고, 나도 상황이 좀 안됐죠. 1년 조금 넘게 만났고, 서로 못 잊어 아파했던 시간도 좀 길었어요.” - 남자를 만날 때, 첫인상이 크게 좌우하나요. “첫인상이 상당히 중요해요. ‘필’이 중요한데, 교제 여부는 3일 만에 판단해요. 그래서 전 친구에서 연인이 되는 일이 있을 수 없어요.” - 주로 ‘필’은 어디에서 받나요. “말(言)이요. 말투가 불량하지 않아야 해요. 말이 가볍지 않고, 말을 아낄 줄 알고, 지적인 말투가 좋아요. 또 마음이 따뜻하고 착한 남자가 좋아요. 불우이웃을 보면 참지 못하는 남자. ‘아름다운 비행’(어려운 처지의 가족들을 다룬 KBS 1TV 교양프로그램) 같은 프로그램을 보고 진심으로 가슴 아파하고, 1000원이라도 기부하는 사람. 부모와 어른에게 잘하고 나를 이해해주고, 나를 이기려고 하지 않는 남자요.” - 지금 주위에 그런 남자 한 명쯤 있을 텐데. “전 남자와 교제할 때 결혼을 생각해요. 그래서 쉽게 만나지 않고 가벼운 만남도 없어요. 연애를 하면 부모님에게 허락을 받고 인사를 하고 만나요. 그래서 좋은 사람 만나면 결혼을 빨리 할 수도 있죠.” - 그런데, 결혼은 이미 했잖아요. 해보니 어떤가요.(MBC ‘일요일 일요일밤에-우리 결혼했어요’에 최진영과 가상 부부로 출연한다.) “재미있어요. 처음엔 17살 차이에 걱정도 많았지만 세대차이를 느낄 수 없었어요. 그래서 부부의 나이차이가 중요하지 않다는 걸 알았어요. 그리고 어차피 ‘애어른’도 있고, ‘어른아이’도 있는 법이니까요. 상대의 가치관, 성격이 나와 잘 맞는가가 중요하죠.” - 대시하는 남자는 없나요. “사람들이 제게 잘 다가오지 못해요. 주위에서 ‘선뜻 다가가기 힘들다. 미니홈피 1촌도 신청하고 싶고 쪽지도 보내고 싶은데, 거절할 것 같다’고 해요. 제가 무표정할 때는 도도해보인대요. 중학교 때 별명이 ‘도도걸’이었긴 해요.” - 쉬워보이지 않는다는 거네요. “그러네요. 쉬워보이지 않는다는 것, 그런 이미지는 여성에게 필요하지만 너무 안오니까….” - 실제론 대시하는 연예인이 많은데, 소속사에서 막는 게 아닌가요. “처음엔 그랬어요. 어린 나이에 남자 연예인이 대시하면 막았죠. 그러나 이젠 소속사에서 ‘믿을 만하고, 좋은 남자면 만나보라’고 해요. 이번 인터뷰를 통해 이현지가 소속사로부터 애정문제에 관해 통제받지 않는다는 걸 알려야겠어요. 하하.” 이현지는 어리고 연약해보이지만, 자기관리에 철저하고 ‘독종’ 기질을 지녔다. 이번 앨범 작업하면서, 빠질 살도 없는 것 같지만 몸무게가 3kg 줄었다. 3대 바나나걸로 ‘초콜렛’을 발표했을 때, 방송활동을 하지 않자 ‘무대 소화할 실력이 없나보다’란 누리꾼들의 댓글에 상처를 많이 받아 이번 활동에 더욱 부담과 스트레스가 많았다고 했다. 또 좋은 가수들이 많아 뒤처지지 않기 위해 더 많이 노력했다고 했다. 하지만 인터뷰 마지막 분위기가 다소 무거웠던 듯 이현지는 “아빠가 차를 사주신다고 했는데, 면허를 못 따고 있어요. 시간나면 꼭 면허증을 따서 귀여운 차를 사고 싶어요”라며 천진한 미소로 분위기를 바꾸고는 ‘다시 만나자’고 인사했다. 김원겸 기자 gyumm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