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 좋죠. 근데 저만 잘 해서 이긴 것도 아닌데요 뭐. 다 같이 잘 했으니 함께 칭찬 받아야죠. 친정팀 상대한 기분이요? 제가 뛸 때와 감독님이랑 선수가 다 바뀌었어요. 별 다른 느낌 없던데요.”
5일 대구 원정에서 결승골을 뽑아내며 팀을 최근 K리그 3연패의 수렁에서 건져 낸 수원 미드필더 홍순학(28)은 감독에게 어떤 칭찬을 받았냐고 묻자 별 다른 거 없었다며 손사래를 쳤다.
하지만 차범근 감독 입장에서는 이날 홍순학이 기특할 법도 하다. 홍순학은 팀이 1-0으로 앞서던 전반 37분, 왼쪽에서 올라온 크로스를 받아 멋진 오른발 발리슛으로 2번째 골을 터뜨렸다. 2007년 수원 유니폼을 입은 후 2년 만에 처음 본 골 맛. 더구나 차 감독이 경기 후 “십년감수했다”고 밝힐 정도로 수원이 후반전에 고전했기에 홍순학의 골은 더욱 의미가 컸다. 하지만 차 감독을 더욱 기쁘게 한 건 제자의 탁월한 임무수행 능력이었다.
홍순학은 수원에서 주로 수비형 미드필더 자리를 맡아 왔다. 하지만 차 감독은 대구전을 앞두고 몇몇 포지션에 변화를 주며 홍순학을 오른쪽 사이드에 세워 과감하게 공격에 가담할 것을 주문했고, 이 기대에 홍순학은 100% 부응했다. 홍순학은 “지난달 24일 경남전 이후 두 번째로 공격적인 포지션에 섰다. 찬스가 오면 절대 놓치지 않겠다는 각오로 경기장에 들어갔는데 이것이 제대로 맞아 들어갔다”고 소감을 밝혔다.
수원에서 아직 붙박이 주전 자리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지만 홍순학은 대구에서 뛰던 2004년 K리그 도움왕에 올랐을 정도로 맹활약을 펼쳤다. 2006년에는 오스트리아 프로축구 1부 리그 그라츠AK로 이적하며 스포트라이트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뜻밖의 부상이 비상하던 그의 발목을 잡았다. 오스트리아에서 어깨에 심각한 부상을 입고, 결국 K리그로 복귀한 것이 지난 해. 그러나 작년 중반 또 다시 같은 부위에 부상을 당하며 한 시즌조차 제대로 소화하지 못했고, 올 시즌 중반이 지나서야 비로소 그라운드에 설 수 있었다.
28세의 많지 않은 나이에 겪은 이런 우여곡절이 힘들 법도 하지만 홍순학은 특유의 낙천적인 성격으로 이를 이겨냈다.
홍순학은 “원래 성격이 밝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힘들 때 이런 성격이 큰 도움이 됐다”며 “오스트리아에서 뚜렷한 성적을 남기지는 못했지만 후회하지 않는다. 정말 많은 것을 배워왔다. 이제는 수원이라는 좋은 팀에 속해있으니 여기서 최선을 다해 제대로 된 능력을 보여주고 싶다”고 당차게 말했다.
대구= 윤태석기자 sport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