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열의이슈&포커스]패기의탬파베이‘만년꼴찌의기적’

입력 2008-10-07 00: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경험이긴패기탬파베이예상밖챔프전진출
아메리칸리그 탬파베이 레이스와 보스턴 레드삭스가 7일(한국시간) 시카고 화이트삭스와 LA 에인절스를 각각 6-2, 3-2로 누르고 리그 챔피언 결정전에 올랐다. 두팀은 11일부터 7전4선승제의 챔피언 결정전을 치른다. ○패기의 탬파베이 창단 11년만에 처음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탬파베이는 화이트삭스를 3승1패로 누르고 아메리칸리그 챔피언 결정전에 진출했다. 탬파베이는 올해 보스턴과의 정규시즌 팀간 전적에서 10승8패로 앞서있다. 포스트시즌에 들어가기 전 전문가와 미디어 관계자들이 가장 비중을 두는 게 큰 경기 경험이다. 디비전시리즈를 앞두고 많은 전문가들은 탬파베이보다 화이트삭스에 우위를 뒀다. 화이트삭스에는 2005년 월드시리즈를 우승한 경험이 있지만 탬파베이에는 플레이오프를 치른 선수들이 거의 없었다. 선수 구성에서도 화이트삭스에는 짐 토미, 켄 그리피 주니어 등 베테랑들이 포진돼 있었다. 이에 비해 탬파베이에는 지명타자 클리프 플로이드, 백업 에릭 힌스키 정도가 플레이오프를 경험했다. 그러나 경험은 패기 앞에서 힘을 쓰지 못했다. 탬파베이는 투타에서 화이트삭스를 압도했다. 수비에서도 탬파베이는 정규시즌 때 보여준 기량을 그대로 과시했다. 포스트시즌에서 경험에 무게를 두는 이유는 큰 경기를 많이 치른 선수들이 평소 기량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포스트시즌의 승부는 정규시즌 기량 발휘 여부에 달려 있다. ○자살 스퀴즈번트(suicide squeeze bunt)의 한계 스퀴즈번트에는 두가지가 있다. 자살 스퀴즈번트와 세이프티 스퀴즈번트다. 자살 스퀴즈 번트는 작전 사인과 함께 3루 주자는 무조건 홈으로 뛰어들어야 한다. 세이프티 스퀴즈번트는 타자의 번트 동작을 보고 홈으로 들어오거나 정지하거나 한다. 에인절스는 4차전에서 스퀴즈번트의 실패로 모든 게 허사가 됐다. 8회초 2-2 동점을 만든 뒤 9회 대타 선두타자 켄드리 모랄레스가 2루타로 출루했다. 이날 에인절스의 유일한 선두타자 출루였다. 마이크 소시아 감독은 8번 하위 켄드릭에게 보내기번트를 지시해 1사 3루의 득점 기회를 잡았다. 점수만 뽑으면 에인절스로서는 홈으로 돌아와 5차전을 치를 수 있는 순간이었다. 타자는 전날 연장 12회 결승타를 때린 스위치히터 에릭 아이바. 내야수들은 모두 전진수비 형태를 취했다. 보스턴 구원투수는 우완 매니 델카르멘. 양측 모두 스퀴즈 플레이에 대비하는 상황. 문제는 어떤 볼카운트에서 실행을 하느냐의 여부였다. 델카르멘은 1, 2구 몸쪽 볼을 붙였으나 잇달아 볼이 됐다. 3구 스트라이크가 들어오자 아이바가 번트를 시도했다. 그러나 이게 웬일인가. 번트를 댔지만 볼은 포수 제이슨 배리텍의 미트로 들어갔고, 스타트를 끊은 대주자 레지 윌리츠를 3루로 몰아 태크아웃시켰다. 배리텍은 태그아웃시킨 뒤 볼을 떨어뜨려 소시아 감독이 세이프라고 어필했으나 대세를 뒤집을 수는 없었다. 그렇다면 9회초 에인절스의 스퀴즈번트 실패는 누구의 잘못일까. 감독이 볼카운트를 잘못 선택했을까. 아니다. 이는 감독의 작전을 실행하지 못한 아이바의 잘못이다. 원래 아이바는 톱타자 숀 피긴스와 함께 번트에 능한 선수다. ○양 리그 최고 승률의 팀들은 왜 졌을까 양대 리그의 최고 승률 팀 시카고 컵스(97승64패)와 LA 에인절스(100승62패)가 나란히 디비전 시리즈에서 패했다. 컵스는 정규시즌에서 단 84승을 거둔 LA 다저스에게 3전전패를 당하며 ‘빌리 고트의 저주’에 다시 한번 눈물을 삼켰다. 에인절스는 1승3패로 전년도 월드시리즈 챔피언 보스턴의 벽을 끝내 넘지 못했다. 올해 시카고 팬들은 컵스와 화이트삭스가 1906년 이후 102년만에 동시에 플레이오프에 진출해 월드시리즈 격돌 꿈에 부풀었으나 디비전 시리즈에서 함께 쓴맛을 봤다. 컵스와 에인절스가 패한 데는 여러 이유가 있을 수 있다. 전문가들은 컵스의 루 피넬라 감독이 일찍 지구 우승을 한 뒤 주전들에게 너무 오래 휴식을 취하도록 한 게 독이 됐다고 지적한다. 에인절스에게는 팀이 한번도 이루지 못한 시즌 100승을 달성하기 위해 마지막까지 베스트 플레이를 펼치다보니 포스트시즌에서 페이스가 떨어졌다고 지적한다. 결과를 놓고 하는 지적이라 모두 그럴 듯하다. 그러나 한가지 분명한 것은 컵스는 자멸했고, 에인절스는 이길 수 있는 기회를 번번이 놓쳐 챔피언 결정전에 진출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문상열 통신원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