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톡바둑관전기]입단전부터스타였던이세돌

입력 2008-10-08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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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 입단을 하기 전, 그러니까 연구생 시절부터 이세돌은 스타였다. 언론에 오르내리지는 않았지만 바둑계에서 알 만한 사람들은 이세돌의 존재를 다 알고 있었다. 저 멀리 목포 앞바다 섬에서 올라왔다는 이 어린 천재는 장차 이창호 시대를 끝장낼 유일무이한 재목으로 기대되고 있었다. 이세돌을 바라보는 스승 권갑용의 눈빛이 그렇게 따뜻하고 뿌듯해 보일 수 없었다. 최철한도, 박영훈도 모두 연구생 시절부터 기재들로 인정받았지만 그 누구도 이세돌만큼은 아니었다. 이창호의 입단 전 유명세가 어느 정도 스승의 후광에 힘을 입었다면, 이세돌은 본의 아니게 이창호의 이름을 빌리고 있었다. 어린 이창호가 어디를 가든 ‘조훈현의 유일한 제자’란 꼬리표가 따라다녔듯, 이세돌에겐 ‘이창호를 꺾을 재목’이 붙어 다녔다. 물론 두 사람 모두 이를 반겨했는지는 의문이지만. <실전> 흑1의 저공비행은 이세돌의 완착이다. 좌상 백을 압박하겠다는 의도였지만 막상 백14까지 되고 보니 칭찬을 듣기 어렵게 됐다. <해설1> 흑1로 두는 것이 알기 쉬웠을 것이다. 백4까지 살게 하는 대신 흑은 중앙을 한결 편하게 다질 수 있다. 이건 흑이 괜찮은 결말이다. <실전> 백18까지 백이 잘 풀렸다. 바둑은 백이 좋다. 본시 흑이 좋았으니 역전의 무드가 익어가고 있는 것이다. <실전> 흑17에 잠시 주목. 괜히 조급해져 <해설2> 흑1 같은 수를 두어서는 안 된다. 우상귀는 어떻게든 백이 수를 낼 수 있는 모양이다. 간단히 백2로 붙여도 백은 수가 난다. 이세돌이 눈이 조금씩 가로로 찢어지고 있다. 그는 보기와 달리 비관파에 속한다. 팽팽한 바둑도 자신이 불리하다 여기는 판에 지금은 백이 역전이 바람을 탔다. 뭔가, 이세돌류가 등장할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 글|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해설|김영삼 8단 1974yski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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