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톡바둑관전기]세돌류와지성류

입력 2008-10-07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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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돌은 빠르고 파괴적이다. 그는 조훈현의 ‘쾌속행마’, 이창호의 ‘기다림’에 꿀리지 않을 자신만의 ‘이세돌류’를 창조해냈다. 이세돌류의 특징 중 하나는 심리전에 강하다는 것이다. 이세돌은 잔잔하고자 하는 상대의 호수 속으로 무참히 돌을 날린다. 아무리 “오늘은 싸우지 않으리라” 마음을 먹어도, 어느 틈에 먼저 이세돌의 멱살을 틀어쥐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된다. 그렇다. 이세돌의 바둑은 상대로 하여금 ‘끓어오르게’ 만드는 바둑인 것이다. 반면 강지성은 우직하다. 평소의 성품이 그러하려니와 바둑 역시 우직스럽다. 잔재주를 모른다. 큰 곳을 두고 싶어 손이 근질거릴 만한 곳에서도 그는 두텁게 두어버리고 만다. 그게 그의 밑천이다. 그의 두터움은 느리지만 어느 순간 핵폭탄같은 위력을 발휘하는 것이다. 천하의 이세돌이라 해도 눈앞에서 터지는 지뢰를 피할 도리는 없다. <실전> 백2는 흑3으로 째고 나와 달라는 얘기. 흑3에는 백4로 귀를 지켜둔다. 백6에 대해 국후 이세돌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는 상대의 바둑이라 해도 이상한 것은 이상하다고 말하는 성격이다. “<해설1> 백1로 무조건 둬야 하는 거 아닌가?” 이세돌이 백1을 놓아보였다. 결과는 알 수 없지만 일단 이렇게 둬 놓고 봐야 하지 않느냐는 얘기였다. 흑이 <실전> 7로 밀고 들어가서는 흑이 재미있다는 것이었다. <실전> 백8은 느린 듯 보이지만 정수. 가볍게 둔다고 <해설2> 백1로 뛰면 흑2로 치중을 당하는 고약한 맛이 남는다. 백3으로 차단해도 흑4로 젖히면 백이 곤란하다. 글|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해설|김영삼 8단 1974yski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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