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예진“두남자와결혼…그속마음이궁금해요”

입력 2008-10-08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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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아내가 결혼했다’는 3개월 만에 10만부 이상의 판매를 기록하는 큰 성공을 거둔 작품이다. 남편을 사랑하면서 또 다른 남자와 결혼한 여주인공 대담한 사랑은 여성독자들에게 대리만족을 주며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여성 못지않게 많은 남성 독자들도 이 책을 읽으며 치를 떨었다. 이유는 ‘화가 치솟지만 결말이 궁금해 끝까지 읽을 수밖에 없다’는 중독성 때문이었다. 화제의 소설 ‘아내가 결혼했다’가 영화로 제작된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과연 다른 남자와 결혼한다고 해도 포기할 수 없는 매력의 소유자 인아 역을 누가 맡을지 관심이 집중됐다. 그리고 영화 기획이 본격화되면서 당장 충무로 여기저기서 손예진의 이름이 가장 먼저 나왔다. 많은 사람들이 손예진을 적극 추천한 이유는 가지각색. 하지만 단 한 줄로 요약하면 ‘매력이 넘치는 정상급 스타면서 변신을 두려워하지 않는 유일한 다작 배우’였다. 하지만 과연 손예진이 이 영화를 선택할까? 영화 ‘아내가 결혼했다’는 성관계를 뜻하는 단어, 은어, 비속어만 15개 이상 등장하는 파격적인 영화. 그리고 인아는 남편에게 “나 결혼하고 싶어”라고 말하는 엽기적인 그녀다. 서울 삼청동의 카페 골목에서 만난 손예진은 예상대로 “고민이 컸다”고 고백했다. “처음에 많은 사람들이 저를 추천했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과연 이게 칭찬인지 욕인지 헷갈렸어요(웃음). 주위에서도 ‘네가 감당할 수 있겠냐? 너무 발칙한 역할이다’며 만류를 많이 했습니다.” 그러면 왜 선뜻? “물론 선뜻 선택은 못했어요. 영국에서 실제 두 남자와 살고 있는 여자가 있다는 사실을 들었어요. 그 여자 분이 쓴 글을 우연히 읽게 됐는데 ‘저는 지금 너무 행복합니다. 지금 집에 가면 사랑스러운 두 남자가 절 기다려 주고 있기 때문입니다’는 내용이었어요. 이런 사랑이 실제 있다면 어떤 마음일까? 저와 너무 달라서 궁금했어요.” ● 자꾸 깨지고 실패하면서 크고 싶다 새로운 캐릭터에 대한 호기심과 연기에 대한 갈증에 선택한 ‘아내가 결혼했다’ 하지만 몇 손가락에 꼽히는 톱 여자배우로 이미지 파괴에 대한 걱정은 없었을까? 손예진은 한때 따라다니던 ‘멜로의 여왕’ 타이틀을 과감히 내려놓고 그동안 ‘무방비 도시’의 팜므파탈, 드라마 ‘스포트라이트’의 열혈 기자까지 변신을 위해 끝없는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자칫 한 번의 흥행실패로 CF떨어질까 무서워 작품 출연까지 주저하는 몇몇 스타들과 비교하면 상당히 다른 행보다. 손예진은 이런 도전의 행보를 두고 “많이 해봐야 깨지기도 하고 다치기도 하면서 클 수 있지 않을까요?”라고 반문으로 답을 대신했다. 그리고 “작품 선택을 주저하면 시간이 흘러요. 그러면 그 시간이 아까워 더 신중한 마음이 생기고 과감한 선택을 못하게 되요”라고 덧붙였다. 그런 상황이 계속되면 변화에 대한 두려움이 생긴다는 것. 그래서 그녀는 변화의 실패에 대해 겁을 내지 않는다. ● 자신은 없지만 살짝 부러운 일처다부 얼마 전 한 시사회에서 ‘아내가 결혼했다’의 예고편이 상영됐을 때 영화 배급사의 모 직원은 “손예진이 아내라면 한 번 더 결혼하는 거 얼마든지 허락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말을 그녀에게 알려주자 손예진은 크게 웃으며 “전 못해요”라고 했다. “두 남자를 동시에 사랑할 자신이 없어요. 인아는 굉장히 자유스러운 영혼이라고 생각하고 받아들였어요. 결혼이라는 제도를 다른 시각으로 바라 본 다큐멘터리도 보고, 간통죄 폐지를 놓고 싸우는 TV 토론회도 챙겨 봤어요. 인아의 마음이 어떤 건지 조금 알 것 같았습니다. 그래도 전 그렇게는 못하겠어요. 하지만 그렇게 두 사람을 동시에 사랑할 수 있는 인아의 용기가 살짝 부럽기는 하던데요” 손예진은 영화를 촬영하며 결혼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다고 했다. “결혼할 나이가 됐잖아요. 제가 조금 보수적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사람을 만나는데 신중해졌어요. 결혼은 늦게 하고 싶지는 않아요. 독점과 구속이라는 말도 하지만 같은 꿈과 가치관을 갖고 진지하고 진솔하게 함께 하는 모습은 어떨지 궁금합니다” “아내가 결혼했다, 애인이 남자를 사귄다.” 믿을 수 없는, 분노가 치솟는 끔찍한 말이다. 하지만 안주하지 않고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손예진을 만나며 이 끔찍한 이야기에 푹 빠질 것 같다는 기분이 들었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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