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비의삼성’왜방패로후려쳤나?

입력 2008-10-08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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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동열“스몰볼은없다”…시즌4번박석민2번에투입
“박석민을 2번타자에 왜 기용했겠나. 초반에 번트작전은 없다.” 삼성 선동열 감독은 8일 사직구장에 도착한 뒤 롯데와의 준플레이오프에서는 경기 초반 희생번트 없이 강공작전을 펼친다고 공언했다. 의외다. ‘선동열’ 하면 ‘지키는 야구’의 대명사로 통한다. 2005년 삼성 감독으로 부임한 그는 대개 경기 초반부터 찬스가 생기면 희생번트 작전으로 착실하게 점수를 뽑은 뒤 든든한 불펜을 동원해 1점차 승리를 지켜냈다. 특히 단기전인 포스트시즌에서는 이를 신봉처럼 여겼다. 이른바 ‘스몰볼’이 선동열의 승리방정식이었고, 삼성야구의 힘이었다. 그러나 선 감독은 이번 준플레이오프에서는 자신의 야구를 버리고 180도 다른 야구를 펼치기로 해 관심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는 6일 대구구장에서 훈련하면서 이례적으로 타순마저 공개하는 대담성을 보였다. 주목할 만한 사항은 시즌 내내 4번타자를 맡던 박석민과 최형우를 밀어내고 진갑용을 배치시켰다는 점이다. 대신 2번에 박석민을 투입했다. 그는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 앞서 “초반에 찬스가 나면 역시 희생번트를 댈 것인가”라는 질문에 고개를 저으며 “전혀 그렇지 않다. 4번을 치던 박석민을 왜 2번에 넣었겠나. 경기 후반 1점승부일 때는 몰라도 초반에 번트는 없다. 상황에 따라 히트앤드런 정도는 할 수 있다”며 웃었다. 그렇다면 선동열은 왜 자신의 야구색깔을 버리고 강공 드라이브를 택한 것일까. 그는 이에 대해 “롯데타선이 강해 적어도 3-4점 이상은 뽑을 것이다. 결국 우리가 그 이상의 점수를 뽑아야 이길 수 있다. 그래서 베테랑을 중심타선에 넣었다. 강공작전으로 밀어붙이겠다”며 친절한 설명까지 곁들였다. 그는 “우리팀 투수력은 지난해와 비슷하다. 그런데 공격력은 분명 좋아졌다. 기동력이 조금 약해졌지만 충분히 4-5점 정도는 얻을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 1차전에서 그는 초반에 강공작전으로 밀어붙였다. 1회초 무사 1루서 박석민에게 강공작전을 걸어 안타를 만들어냈고, 0-1로 뒤진 3회초에도 선두타자 박한이가 안타로 출루하자 역시 박석민에게 강공을 주문해 안타를 뽑아냈다. 1-1 동점을 만든 뒤 계속된 무사 1·2루서는 번트작전이 나오지 않을까 했으나 4번 진갑용에게 번트자세 후 강공으로 전환하는 ‘페이크번트 슬래시’ 작전을 걸어 1사 2·3루의 기회를 이어갔다. 3회초 무려 7점이나 뽑으며 승부를 가른 배경에는 역시 1점에 연연하지 않고 강공작전을 펼친 것이 주효했다. ‘스몰볼’을 버리고 ‘빅볼’로 전환한 선 감독의 승부수가 앞으로 어떤 결과를 낳을지 궁금하다. 사직= 이재국기자 keysto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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