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삼성불꽃응원전,인해전술VS소수정예

입력 2008-10-09 00: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사직구장1·3루스탠드구름관중응원가정면충돌’
8일 사직 야구장은 2개의 전쟁이 동시에 벌어졌다. 그라운드에서는 롯데와 삼성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을 위해 선수들이 가진 기량과 역량을 모두 동원했다. 1,3루 스탠드에서는 양 팀의 팬이 선수들의 사기를 올려주기 위해 모든 것을 쏟아 부었다. 응원단의 함성이 있어야 가을잔치는 축제로 승화된다. TV화면으로는 절대로 느낄 수 없는 양 팀의 뜨거운 응원전쟁 현장을 전한다. ○‘갈매기 제국’ 롯데 응원석 하늘엔 대형 갈매기 애드벌룬이 떴고, 땅 위에선 부산 갈매기가 지축을 울렸다. 롯데와 삼성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이 열리던 날. 텅 빈 그라운드를 앞에 놓고 양 팀 응원단이 경기에 앞서 일찌감치 정면충돌했다. 선공은 물론 홈팀 롯데의 차지였다. 응원에 관한 한 대한민국 최강의 파괴력을 지닌 부산 팬들은 볼 것도 없다는 듯 경기 시작 전부터 사자의 콧등을 긁어댔다. ‘영원한 사직의 테마곡’ 부산갈매기를 비롯한 각종 응원가로 목과 몸을 가볍게 푼 롯데 응원단은 삼성의 “최강 삼성” 외침에 “까분다”로 윽박질렀다. 가공할 롯데의 응원전은 2회 롯데의 공격이 시작되면서 시원하게 포문을 열었다. 외야석 일부를 완전히 뒤덮는 대형 플래카드가 펼쳐지고, 3초간의 ‘적진’을 향한 거친 함성이 터졌다. 예의 신문지 꽃술군단이 보여준 일사불란한 ‘삿대질’의 압박감이란! 독창적이기로 소문난 롯데의 응원 레퍼토리 중에서도 선수 소개송은 듣고만 있어도 몸에 아드레날린이 솟는다. 가르시아가 등장하자 헨델의 오라토리오 메시아 중 ‘할렐루야’를 개사한 ‘가르시아’가 터져 나왔고 가르시아는 이에 화답하듯 깔끔한 2루타를 쳤다. 강민호를 위해선 한때 ‘다들 이불개고 밥 먹어’로 불렸던 보니엠의 ‘바빌론 강가에서’가 울려 퍼졌다. 경기가 잠시 호흡을 고를 때마다 “롯데 자이언츠∼ 롯데 자이언츠∼”를 되풀이 하는 구단 테마곡이 나왔다. 사직구장에 앉아 있자니 마치 유명 록 스타의 콘서트장에 와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자우림, 체리필터, DJ DOC 등의 숨 가쁜 음악이 쉴 새 없이 흘러 나왔고, 관중들은 그라운드 위의 ‘아티스트’들을 위해 열정적인 응원을 헌정했다. ○‘사자의 포효’ 삼성 응원석 선공은 롯데 응원단이 먼저 날렸지만 삼성의 반격은 즉각적이고 거셌다. 마치 기다렸다 밀어 쳐 깨끗한 우전 안타를 뽑아내듯 삼성 응원단은 경기가 시작되자마자 대형 플래카드를 띄워 올리는 한편 ‘최강 삼성’을 목 놓아 외치며 롯데에 맞섰다. 삼성 응원단은 마치 “우리에겐 1회밖에 없다”는 듯 초장부터 결사적으로 나왔다. 박석민의 첫 안타에 불꽃과 축포를 쏘아 올리며 열광했다. 응원석 상단에 놓인 두 마리의 사자상이 그라운드를 향해 거칠게 포효하는 듯했다. 삼성의 예상치 못한 ‘초반 러시’에 ‘물량’에서 압도적인 롯데 응원단이 한 동안 잠잠할 정도였다. 양 팀의 응원이 팽팽한 균형을 이루다 보니 중앙 기자석에서는 마치 1루와 3루의 스피커로부터 하이파이의 음향을 듣는 착각마저 들 정도였다. 경기 초반부터 롯데의 인해전술에 기죽지 않고 당당히 ‘맞짱’을 뜨는 투혼을 보여주었던 삼성 응원단은 후반으로 가면서도 전혀 지치지 않고 온 힘을 불사르는 괴력을 과시했다. 롯데의 ‘위 윌 록 유’에는 ‘아파트’로 맞섰고, ‘롯데! 롯데!’ 연호에는 ‘최강 삼성’의 맞불을 놓았다. 선수들 못지않게 그라운드 밖에서 치열한 응원 맞대결을 펼쳤던 롯데와 삼성의 팬들. 과연 이날 응원전의 승자는 어느 쪽이었을까? 기자석에서 올려다보니 정면의 전광판 위로 10월의 달이 솟아올라 있었다. 한쪽 배가 툭 튀어나온 반달. 반달의 배가 1루 쪽을 향해 불러 있었던 것은 틀림없이 우연일 것이다. 사직|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