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톡바둑관전기]파이터VS파이터

입력 2008-10-14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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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일이 닮은 사람끼리 만났다. 두 사람 모두 알아주는 파이터들이다. 파이터끼리의 대결은 극과 극으로 나누어진다. 눈이 튀어나올 정도로 한 판 화끈하게 붙어 어느 한 쪽이 부러지는 결말만을 기대한다면 오산. 서로 상대방의 ‘한 방’을 의식해 기싸움만 벌이다 간장 안 친 잔치국수마냥 싱겁게 종국되어 버리는 경우도 적지 않다. 돌을 가리니 박정상의 흑번. 마음에 슬그머니 미소가 번진다. 덤 6집반의 시대가 되었음에도 여전히 프로들은 흑을 원한다. 바둑의 기술이 발전할수록 흑 선호는 더욱 강해지고 있다. 흑을 쥔 쪽이 선착의 이점을 더욱 크게 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전> 백1로 목진석이 다가가자 박정상이 볼 것 없다는 듯 흑2로 붙였다. 요즘은 <해설1> 흑1로 어깨를 짚어가는 수가 유행이다. 박정상 역시 이를 모를 리 없다. 하지만 바둑은 상황을 살펴야 한다. 가만히 보면 우상귀에 백△가 칼날을 내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흑11까지 세력을 열심히 쌓아 봐야 백△의 머리가 나와 있어 불만이라는 얘기이다. 박정상은 <실전> 흑2를 하나 붙여놓은 뒤에야 4로 짚었다. 백5에는 다시 흑6을 건드린다. 간단한 그림 하나. <실전> 백9로 젖히는 대신 <해설2> 백1로 잇는 것은 흑2가 기다리고 있다. 졸지에 백 두 점이 답답해져 버린다. 바둑판에 놓이는 순간 돌은 생명력을 얻는다. 생명은 호흡을 해야 삶을 이어갈 수 있다. 호흡이 답답해진 돌은 무거워지고, 무거워진 돌은 부담이 된다. <실전> 백15까지 좌상의 변화는 백이 약간 재미있다는 얘기가 검토실에서 나왔다. 물론 승부에는 별 영향이 없다. 아직 바둑판은 넓고, 둘 곳은 많다. 해설|김영삼 8단 1974yskim@hanmail.net 글|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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