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형모기자의音談패설]불고켜고대물림…音∼가문의영광

입력 2008-10-14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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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연주자들국제대회잇단수상
서울시향에 경사가 났다. 클라리네티스트 채재일(30) 씨가 국제콩쿠르에서 영광의 1위 트로피를 들고 돌아왔다는 낭보가 전해진 것. 서울시향 클라리넷 수석 연주자인 채재일 씨는 9월 22일부터 27일까지 스페인의 도스 에르마나스에서 열린 도스 에르마나스 국제 클라리넷 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을 차지했다. 올해 15회째를 맞은 이 콩쿠르는 칼 닐슨 콩쿠르와 함께 세계 양대 클라리넷 콩쿠르로 꼽힌다. 2위는 프랑스의 비쇼프 로미. 채 씨는 1위 수상으로 상금 9000유로(1500만원)를 받았다. 2006년부터 서울시향 클라리넷 수석으로 활동해 온 채 씨는 전 서울시향 클라리넷 수석을 지낸 고 채일희(전 서울시립대교수) 씨의 아들이다. 2대째 클라리넷을 연주해 온 데다 서울시향 수석 직을 대물림한 음악가문이다. 여기에 하나 더. 15세의 성미경 양이 9월 29일부터 10월 5일까지 독일 루드빅스루스트에서 개최된 제5회 요한 마티아스 슈페르거 국제더블베이스 컴피티션에서 4위에 입상했다는 소식이다. 심사위원상도 함께 받았다. 성양의 오빠 성민제(18) 군은 2년 전인 4회 대회에서 우승해, 남매가 같은 대회에서 연속 입상하는 기록도 세우게 됐다. 재미있는 사실은 이들의 아버지인 성영석(46) 씨 역시 현 서울시향 베이스 연주자라는 점이다. 채재일 씨 가문이 클라리넷의 명가라면 성양 쪽은 베이스 가문이다. 성미경 양은 60여 명이 출전한 이번 콩쿠르에서 최연소 연주자였다. 아버지 성영석 씨의 말을 들어보았다. “많이 아쉬워하고 있죠. 더군다나 제 오빠는 그 대회에서 1등을 했잖아요. 1차전 끝나고 심사위원들이 칭찬을 많이 했답니다. 주변에서도 ‘잘 한다’ 하니까 욕심이 많이 났던 모양인데. 제 딴에는 속상한지 공항에 내려서 집에 오는데 줄곧 울더라고요. 아이가 욕심이 많아서.” 성 씨의 바람은 미경 양이 너무 욕심 안 부리고 행복하게 음악생활을 하는 것이다. 훗날 서울시향에서 아들, 딸과 함께 무대에 서는 날을 손꼽고 있다. 아버지와 아들, 딸이 국내 최고의 오케스트라에 함께 몸을 담아 다 같이 베이스 석에 서게 된다면 그것만으로도 세계적인 토픽감이 될 것이다. 오빠 성민제 군은 현재 한국예술종합학교 4학년에 재학 중이고, 성미경 양은 내년에 같은 학교에 입학한다. 아빠와 자녀들의 꿈은 한 발 한 발, 그러나 거침없이 내일을 향해 영글고 있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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