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빈“너무바빠연애할시간도없어요”

입력 2008-10-14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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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나는행복합니다’이후강행군,‘그들이…’등드라마2편연달아잡혀
“지금 이 순간은 행복하다. 하지만 이 순간을 지나 다른 순간을 맞닥뜨린다면….” 배우 현빈은 희미한 웃음을 웃고 있었다. 자신이 연기한 캐릭터의 음울한 모습에서 채 빠져나오지 못한 듯했다. 촬영을 마친 지 6개월이 다 지나도록 현빈은 영화 ‘나는 행복합니다’(제작 블루스톰)의 캐릭터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 같았다. ‘나는 행복합니다’는 10일 막을 내린 제13회 부산국제영화제 폐막작으로 선보인 작품. ‘소름’과 ‘청연’의 윤종찬 감독이 새로 연출한 이 영화에서 현빈은 삶의 아픔이 가져다준 과대망상증에 시달리는 인물이다. 정신병동 간호사 이보영과 서로를 이해하며 조금씩 조금씩 희망을 찾아나선다. 그런 그가 27일이면 전혀 다른 인물로서 안방극장 시청자를 만난다. 이날부터 시작하는 KBS 2TV 미니시리즈 ‘그들이 사는 세상’(극본 노희경·연출 표민수)에서 방송국 PD 역을 맡아 송혜교와 호흡을 맞춘다. 사실 ‘그들이 사는 세상’ 속 인물은 어쩌면 ‘아일랜드’로부터 ‘내 이름은 김삼순’에 이르는 화제작 속 자신의 비쳐진 모습과도 닮은꼴일 수도 있다. 9일 부산을 찾아 기자회견을 가진 뒤 10일 영화제 폐막식 직후 곧바로 경기도 이천 드라마 세트로 날아간 그는 요즘 쉴 틈이 없다. 또 ‘그들이 사는 세상’이 끝나면 곧바로 곽경택 감독이 연출하는 드라마 ‘친구, 그 못다한 이야기’로 다시 카메라 앞에 서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연애를 할 수 있겠느냐”며 밝게 웃는 현빈을 부산에서 만났다. - 영화 ‘나는 행복합니다’를 위해 실제 과대망상증 환자를 만났다고 했다. “자신이 금으로 만들어진 산을 갖고 있다는 아주머니 환자였다. 집중하고 듣지 않으면 무슨 말인지 모를 만큼 조용조용 얘기했다. 정말 진지한 분이셨다. 사실 영화 촬영을 위해 준비할 게 너무도 많았다. 다른 작품에 비해 대본을 들여다본 시간도 훨씬 길었다.” - 그 만큼 힘이 들었겠다. “가장 힘겨운 작업이었다. 한동안 내 눈의 초점이 뿌연 상황이 이어졌다. 감독은 계속 날 긁어댔고 눈물연기라도 다른 방법으로 울기를 바랐다.” - 초점 없는 현빈의 눈? 상상이 되나. “사실이다. 광고 지면사진을 촬영할 때 초점이 없어지니 촬영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 힘겨웠던 만큼 얻은 것도 있을 텐데. “아직 연기가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 시간이 좀 더 지나서 내가 많이 성장했구나 하고 사람들이 느낄 때가 되면 알게 될 것 같다. 조금은 편하고 여유로워진 느낌은 있다. 더 중요한 건 내 자신과 내 생활에 대해 되돌아볼 수 있었던 것 같다.” 현빈은 “혼자 있으면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이 된다”면서 가끔 낚시를 간다. 낚시대를 드리우고 자신의 일상과 연기, 작품에 대한 생각을 이어간다는 그는 최근 드라마 촬영이 쉬는 틈을 타 역시 강가로 나갔다. 그날 따라 유난히 물고기가 많이 잡혔고 현빈은 마침 스태프 회식을 위해 매운탕을 끓여 내놓기도 했다며 웃었다. - ‘아일랜드’의 인정옥, ‘내 이름은 김삼순’의 김도우, ‘그들이 사는 세상’의 노희경 등 실력있는 작가들과 잇따라 작업한다. “그렇다. 행운이다. 처음엔 뭘 모르고 연기를 했다. 어려운 건 지금도 마찬가지다. 노희경 작가의 경우엔 슬픈데 슬프지 않게, 울지 않는데 슬퍼 보여야 하는 지문도 많다. 어렵다.” - 평소 절친한 선배 장동건과도 많은 것을 상의하나. “동건형 뿐만 아니라 많은 선배들은 ‘이것저것 부딪치라’고 말한다. 동건형은 ‘관객이 많이 들고 시청률이 오르면 뭐하냐. 앞으로 할 게 얼마나 많냐. (작품을)하고 싶다면 하라’고 격려해준다.” 장동건과는 “거의 함께 산다”고 할 만큼 절친한 현빈은 최근 자전거에 빠져 있다. “혼자 한강둔치 도로를 달리다 보면 바람과 사람과 해질녘 풍경이 너무 좋다”는 그는 어쩌면 그렇게 바쁜 일상을 또 내달리며 작은 행복감을 맛보고 있는지 모른다. 부산|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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