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선수들의보양식

입력 2008-10-14 07:5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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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시즌의 막바지 황혼이 그라운드를 붉게 물들이고 사라졌다. 하늘에 두 개의 태양이 뜰 수는 없는 법. 단 하나의 챔피언 자리를 향한 도전자들의 마지막 불꽃질주가 야구팬들의 심장을 벌떡이게 만들었다. 결국 SK의 2년 연속 우승으로 끝났지만 패한 두산이나 삼성 롯데 등 가을잔치에 오른 4개 팀 모두 여한이 없을 만큼 잘들 싸웠다. 혼신의 힘을 다해 그라운드에서 살과 뼈를 깎았단 프로야구 선수들. 그들의 강인한 체력과 정신력은 일반사람들로서는 경이의 수준에 다름 아니다. 그래서 궁금하다. 과연 인간의 한계점을 넘나드는 이들은 무얼 먹고 힘을 내는 것일까. 그들이라고 상식의 범주를 벗어나는‘몬도가네’풍의 괴식(怪食)을 탐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선수들이 먹어 효력이 있는 식품은 보통 사람들에게도 얼마든지 통할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선수들이 보양을 위해 즐기는 먹거리들. 명성한의원 노영호 원장의 도움말을 받아 정리해 보았다. ① 홍삼 홍삼은 오장의 장기부족을 보하고 정신과 혼백을 안정시킨다. 눈을 밝게 하고 진액을 나게 하며 지혜(특히 기억력)를 더해 준다. 원기를 크게 보하는 데에 홍삼만한 게 없다. 선수들이 홍삼을 먹으면 육체적 활동력이 강화되고 피로가 빨리 회복된다. 운동으로 인한 갈증해소에도 그만이다. 경기 중 정신적 안정을 찾는 데에도 좋다. 무엇보다 오장을 아주 강하게 보하는 효과가 있다. 롯데의 정수근은 잘 알려진 홍삼 마니아. 쪄서 먹고 달여서도 먹지만 평소 홍삼절편을 갖고 다니며 시시때때로 씹어 먹는다. SK 박경완도 홍삼을 즐긴다. 우리 히어로즈의 전준호는 홍삼 진액을 물 마시듯 마시고 있다. ‘형편’이 좀 되는 LA 다저스의 박찬호는 홍삼보다 한 수 위인 산삼파. 산삼 엑기스를 주로 먹는데 미국인 동료타자가 ‘나도 하나 줘 봐’해서 얻어먹고는 그날 홈런을 터뜨렸다는 후문도 있다. ② 장어 오장을 보하고 풍습을 없애며, 벌레를 죽이고 부스럼을 낫게 한다는 장어. 폐결핵에도 쓴다. 기아 이종범은 오래 전부터 별명이 ‘장어귀신’이었다. 그것도 자연산만 찾아 먹는 미식파이다. 요미우리 자이언츠 이승엽도 알아주는 장어도사다. 아내 이송정 씨가 “다른 것은 몰라도 장어요리 하나만큼은 자신있다”고 자부할 정도. 그의 홈런은 장어로부터 나온다. 두산 이대수도 장어즙으로 힘을 받는다. 장어는 단백질이 매우 풍부한 식품으로, 심한 운동으로 손상된 오장을 전체적으로 보한다. 세상 사람들이 다 알고 있듯 ‘정력’에도 그만이다. ③ 닭·오리 삼성의 거포 심정수는 치킨파. 근육강화를 위한 최고의 부위로 보디빌더들에게 특히 인기가 높은 닭 가슴살을 즐긴다. 앉은 자리에서 달걀 30개를 먹어치운다는 소문도 있을 정도. 닭의 ‘친척’인 오리도 좋아한다. 일본 야쿠르트 스왈로스에서 활약 중인 임창용도 소문난 오리파였다. 몸이 허할 때는 오리가 보약이다. 속을 편하게 만들고 소변을 잘 보게 해준다. 몸의 붓기를 빼주며 위장의 소화를 돕는다. 오리는 끓여먹는 게 좋다. 모든 육류는 산성이지만 오리고기는 알칼리성이다. 따라서 우리 몸의 산성체질을 알카리성으로 바꿔준다. 고단백질이므로 운동으로 손상된 오장을 지켜준다. ④ 개소주 롯데 손민한은 개소주로 체력을 지킨다. 보신탕도 좋아한다. 우리 히어로즈의 김동수는 한때 개소주를 자주 먹었지만 요즘엔 홍삼파로 돌아섰다. 개소주는 본래 폐병약으로 많이 썼다. 오장을 편히 하고 혈맥을 돕는다. 장을 두텁게 하며 골수를 채운다. 허리와 무릎을 따뜻하게 하고 기력을 더해준다. 운동선수들에게는 지나친 운동으로 허해진 오장을 편하게 만들어준다. 특히 뼈를 강하게 해 부상 위험을 덜어준다. 떨어진 기력을 끌어올리는 데에도 탁월한 효능이 있다. ⑤ 뱀 중풍 후유증을 다스리는 데에는 뱀이 좋다. 두드러기 등 피부병에도 잘 듣는다. 알아주는 고단백 식품으로 허한 오장을 보하는 데 최고이다. 롯데 송승준이 자타가 알아주는‘뱀파이어’. SK 이진영도 뱀을 즐겨 먹는다. 그밖에 ‘밥심이 최고’라는 ‘밥파’가 있다. 대표적인 표본이 삼성의 양준혁. 옆에서 보고만 있어도 식욕이 돋게 밥 한 그릇을 뚝딱 해치운다. 두산의 김동주와 롯데 이대호도 ‘밥이 보약’이라는 생각이다. 밥파들 중에 유독 거포들이 많다는 점도 ‘밥심’의 위력을 실감케 한다. ‘송골매’ 송진우도 밥심 하나로 20년 가까이 볼을 던지고 있다. 롯데 가르시아는 독특하게도 ‘삼겹살’로 체력을 유지한다. 말뼈를 갈아먹는 것으로 알려진 삼성 오승환도 있다. 고래로 유명한 장생포 출신인 히어로즈 윤학길 코치는 현역시절부터 고래 고기를 즐겨 먹었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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