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열의MLB PS이슈&포커스] 0-7→8-7…‘미러클보스턴’벼랑탈출

누가 야구를 각본없는 드라마라고 했는가. 17일(한국시간) 펜웨이파크에서 벌어진 아메리칸리그 챔피언결정전 5차전은 한편의 각본없는 드라마였다. 탬파베이에 0-7로 뒤져 패색이 짙었던 보스턴은 7회부터 3회 동안 8점을 뽑으면서 전세를 8-7로 뒤집어 시리즈를 2승3패로 만들고 탬파베이로 향했다. ○ 끝났을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It ain’t over till it’s over) 0-7로 뒤진 7회말 데이비드 오르티스의 3점 홈런이 터지자 ESPN 라디오 해설자 조 모건은 “요기 베라는 일찍이 It ain’t over till it’s over라고 했다”며 “세븐아웃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승부는 아직 모른다”고 지적했다. 요기 베라는 뉴욕 양키스 명포수 출신으로 유명한 말을 많이 남겼다. 현역 최고의 해설자로 평가받는 명예의 전당 출신 모건의 지적은 족집게처럼 맞아 떨어졌다. 8회말 이날의 히어로 J D 드루의 2점홈런에 이어 코코 크리스프의 7-7 동점타가 터지면서 펜웨이파크 분위기는 후끈 달아 올랐다. 결국 9회말 2사 1,2루 상황에서 드루가 구원 J P 하웰의 체인지업을 받아쳐 우익수를 넘기는 끝내기 안타를 터뜨려 승리를 마감했다. 보스턴은 5차전에서 2사 후에만 6점을 뽑는 가공할 집중력을 보여 펜웨이파크에서 샴페인을 터뜨리려던 탬파베이의 승리를 저지했다. ○ 역사는 반복될까 5차전이 8-7로 끝나자 보스턴의 한 팬은 즉석에서 다음과 같은 격문을 썼다. 2004년 0-3 뉴욕 양키스, 2007 1-3 클리블랜드, 2008 1-3 탬파베이. 보스턴은 역대 리그 챔피언결정전에서 1승3패로 벼랑에 몰린 승부를 뒤집은 경우가 총 3차례에 이른다. 이 팬은 1986년 캘리포니아 에인절스에게 1승3패로 몰렸다가 뒤집기 쇼를 한 것을 쓰지 않았을 뿐이다. 보스턴은 2004년 북미 프로스포츠 포스트시즌 사상 7전4선승제 승부에서 3연패 후 4연승을 거둔 유일한 팀이기도 하다. 5차전을 극적으로 이겨 승리의 추진력(Momentum)을 보스턴이 갖게 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탬파베이가 6차전에서 시리즈를 마감하지 못할 경우 7차전 승부에서는 보스턴이 훨씬 유리하다. 트로피카나 필드에서 벌어질 6차전에는 제임스 실즈-조시 베켓이 맞붙는다. ○ 불펜이 방화범 포스트시즌에서는 불펜의 중요성을 아무리 강조해도 모자람이 없다. LA 다저스가 4차전에서 필라델피아 필리스에 다 이긴 경기를 놓친 것도 예상치 못한 불펜의 난조 때문이었다. 이날도 선발 스콧 카즈미어는 6이닝 2안타 3볼넷 7삼진 무실점으로 호투, 시리즈를 5차전으로 끝내는 듯했다. 하지만 불펜의 그랜트 벨포어, 댄 휠러, J P 하웰이 2.2이닝 동안 무려 9안타에 8실점하며 7점의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역적이 됐다. 이런 역전패를 당하면 항상 투수교체 시기와 매치업이 문제가 된다. 경기 후 조 매든 감독은 7회말 좌타자 오르티스가 타석에 나섰을 때 좌완 트레버 밀러와 매치업을 하지 않은 점, 8회에 먼저 좌완 하웰을 투입하고 9회 마무리 휠러를 기용했어야 했다는 지적을 받아야 했다. 결과를 놓고 분석하는 전형적인 세컨드 게스다. 매든 감독은 우완 벨포어-우완 휠러-좌완 하웰을 투입했으나 이들이 전혀 기대에 미치지 못했을 뿐이다. 반면 보스턴의 테리 프랑코나 감독은 0-5로 뒤진 7회초 마무리 파펠본을 투입한 게 적중했다. 파펠본은 무사 2,3루서 B J 업튼에게 2타점 적시타를 내줬지만 2이닝 동안 추가실점을 하지 않아 승리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었다. ○ 빛바랜 업튼-페냐-롱고리아의 홈런 1차전에서 6회까지 노히트게임을 펼쳤던 보스턴 선발 마쓰자카 다이스케는 홈에서 벌어진 5차전에서는 홈런 3방에 무너졌다. 정규시즌 총 12개의 홈런을 내줬던 마쓰자카는 4이닝에 무려 3개의 홈런을 허용했다. 먼저 업튼이 1회초에 그린몬스터를 넘기는 선제 2점홈런을 뽑았다. 이어 3회 3번타자 카를로스 페냐가 우월 투런, 루키 에반 롱고리아가 좌월 솔로포의 연속타자 홈런을 터뜨려 마쓰자카를 두들겼다. 업튼과 롱고리아는 올 포스트시즌에서만 6개의 홈런을 날리고 있다. 그러나 ‘포스트시즌 사나이’ 롱고리아는 9회말에 뼈아픈 실책으로 빛이 크게 바랬다. 역대 한해 포스트시즌 최다 홈런은 2002년 배리 본즈(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2004년 카를로스 벨트란(휴스턴 애스트로스)의 8개다. 업튼은 이번 리그 챔피언결정전에서 홈런 3개를 포함해 10타점을 기록하고 있어 탬파베이의 승리로 시리즈가 끝날 경우 MVP가 유력하다. LA｜문상열 통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