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하나의 축제였다. 프리드리히샤펜과 SCC 베를린의 2008-2009 독일 프로배구 분데스리가 3차전이 열린 FN 아레나. 리그 최강자를 놓고 자웅을 겨루는 오랜 라이벌 클럽들의 대결답게 팬들은 경기 시작, 2시간 전부터 스탠드를 가득 메웠다. 구내 매점에서 맥주 한 잔으로 목을 푼 팬들의 응원을 위해 뿔피리와 큰 북이 사용됐고, 치어리더까지 동원됐다. 3000여 명이 넘는 만원 관중은 “샤펜”을 외치며 열렬한 응원을 펼쳤고, 홈 팀의 세트 포인트 상황이 되면 모두가 기립해 발을 구르며 상대의 혼을 빼놓았다. 그러나 더 재미있는 것은 경기 종료 이후의 상황. 대부분 관중들은 돌아가는 대신, 코트로 내려왔다. 구단 직원들도 이를 통제하기보다 오히려 ‘내려가라’고 적극 권장했다. 팬들은 선수들에게 사인을 받고, 사진을 함께 찍으며 기쁨을 나눴다. 선수들에겐 몸을 풀 시간조차 허용되지 않았다. 오히려 이를 당연시 여기는 분위기였다. 가장 많은 팬들에게 사인공세를 받은 문성민은 “서로 동화되는 느낌이다. 어울린다는 게 어떤 것인지를 실감할 수 있다”고 즐거워했다. 문성민 입단 이후 40여 명의 지역 교민들에게 배구장은 ‘만남의 장’이 됐다. 이러한 ‘한인 커뮤니티’에 대한 구단의 관심도 높은 편이어서, 위르겐 하우케 회장이 50유로(9만원)를 지불한 VIP 손님만이 이용할 수 있는 체육관 레스토랑에서 교민들에게 저녁을 대접할 정도였다. 한 교민은 “아시아를 대표하는 배구 선수도 보고, 평소 만나기 어려운 한인들이 만나 회포도 풀 수 있으니 일거양득이 아니냐”며 밝게 웃었다. 프리드리히샤펜(독일)|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