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S를빛내는사람들]“때빼고광내고…내가클린업도우미”

입력 2008-10-21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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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째삼성유니폼세탁꺟김·운·배씨
오후 5시 반이면 파란색 티셔츠가 주르륵 열을 지어 가게 앞 빨랫줄에 널린다. 보일러를 돌려 대량으로 건조된 빨랫감이 선선한 바람에 뽀송뽀송 마르는 시간이다. 대구구장에서 100m 거리에 있는 북구 고성동의 성광세탁소는 야구가 열리는 날에는 야구팬들 못잖게 덩달아 주인의 손과 발이 빨라진다. 15년 동안 대구구장 옆에서 삼성 선수들 옷을 책임진 김운배(55) 씨는 이번 시즌에도 어김없이 ‘선수들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삼성과 함께 했다. 오전 9시와 5시 하루에 두 번, 땀과 흙이 묻은 선수들의 대량 빨랫감을 돌려야 하기 때문이다. 선수들은 훈련 전과 경기 전, 두 차례 깨끗이 세탁된 옷으로 갈아입는다. 김씨는 대구경기가 열리는 날이면 대략 300벌 이상의 빨랫감을 세탁소로 나른다. 속옷, 겉옷, 수건, 양말 등 모든 빨랫감을 대형 가방 안에 종류별로 분류해 담아온다. 선수들이 바구니에 벗어둔 옷가지들이다. 빨래를 끝내면 다시 경기장에 가서 선수 이름별로 옷가지들을 잘 개서 라커에 넣어둔다. 직접 선수를 만난 일은 없다. 등번호를 보면 어떤 선수가 옷이 해질 만큼 험하게 입고, 깨끗하게 입는지 알 수 있을 터. 하지만 특별하게 옷을 지저분하게 입는 선수는 없다고 한다. 굳이 꼽는다면 양말을 뒤집어 놓지 않는 선수가 세탁할 때는 최고로 좋은 선수다. “외국 선수들이 많이 참는갑다. 한국 선수는 땀이 나면 (유니폼)속의 티(셔츠)를 계속 벗어 두는데, 애니스 속티가 빨랫감으로 별로 안 나온다”며 빨래 양을 줄여주는 선수를 이색적인 선수로 꼽았다. 선수들 옷은 바느질이 워낙 탄탄하게 돼 있어서 세탁물 손상으로 변상을 해야 하는 경우는 지금껏 발생하지 않았다. 도루를 많이 하는 선수 유니폼의 흙먼지는 일일이 손세탁을 한다. 흙먼지를 탁탁 턴 다음 직접 솔로 긁어서 비누칠을 한다. 당연히 표백제도 넣는다. 성광 세탁소의 김운배 사장와 아내는 “옛날에 표가 1000원∼2000원 할 때부터 엄청 야구장에 다녔다”는 야구팬이다. 선수들의 옷을 빨게 된 계기도 한 두 벌씩 삼성구단의 세탁물을 맡았다가 야구를 좋아한 바람에 인연이 닿아 모든 빨래를 맡게 됐다. 좋아하는 선수를 꼽아달라는 말에는 “모든 선수가 다 좋다. 특히 신인들, 금방 구단에 들어온 총각 선수들이 좋다”고 말했다. 야구를 좋아하지만 특히 비가 내린 흐린 날 경기는 싫다. 선수들 옷에 흙먼지도 많이 묻지만, 햇볕이나 바람에 빨래를 말리기도 힘든 날이니 그 날은 울상이 될 수밖에 없다. 대구|변인숙 기자 baram4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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