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영은기자의가을이야기]‘대구소년’우동균의파란꿈

입력 2008-10-21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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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열아홉에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는 선수가 얼마나 될까요. 투수라면 멀리 갈 필요가 없습니다. 2006년의 한화 류현진, 2007년의 SK 김광현이 있으니까요. 하지만 타자 쪽은 얘기가 다릅니다. 특히 올해처럼 눈에 띄는 신인이 없는 해라면 더 그렇습니다. 그러니 삼성 우동균(19·사진)은 행운아입니다. 그가 바로 이번 플레이오프의 유일한 10대 선수거든요. 입단 첫 해에 팀이 포스트시즌에 진출하고, 자신이 그 한 부분을 채울 수 있다는 건 분명 행복한 일일 겁니다. 그는 “얼떨떨해서 잘 모르겠어요. 시즌 때보다 긴장이 되는 건 사실인데, 실수만 하지 말자고 결심했어요”라고 당당하게 대답합니다. 우동균은 올해 1차 지명으로 입단했습니다. 체구는 작은 편이지만 발이 빠르고 타격에 재능이 있습니다. 게다가 칠성초등학교에서 야구를 시작해 대구중과 상원고를 졸업한 대구 토박이입니다. “어릴 때 아버지 손을 잡고 대구구장에 삼성 응원하러 다녔고요, 이만수 코치님을 보면서 야구선수가 되겠다고 결심했어요.” 삼성은 ‘대구에서 오랜만에 나온 재목’이라면서 내심 프랜차이즈 스타로 자라주길 기대합니다. 아직은 순수하기만 합니다. 엉뚱한 모습에 웃음도 터져 나옵니다. 느닷없이 “좌익수라서 참 편해요”라고 하길래 이유를 물으니 “(보통 다른 구장은 홈팀이 1루를 쓰지만)대구는 홈이 3루 쪽이라 어딜(원정) 가나 3루 쪽 덕아웃을 쓰거든요. 그러니까 공수교대 때 남보다 덜 뛰어가도 돼요. 우익수는 얼마나 힘들겠어요”라고 말합니다. “언제까지 뛰고 싶냐”고 물었더니 “글쎄요. 한 30대 중반? 나이 들어 야구하려면 힘들겠지만 그래도…”라면서 머리를 긁적입니다. 프로 물을 잔뜩 먹은 선수들에게서는 기대하기 힘든 순박한 대답입니다. 그래도 어린 선수답게 당찬 구석이 있습니다. 첫 선발 출장한 2차전 두 번째 타석에서 2사만루 기회를 만났을 때, 긴장보다는 “기회가 왔구나. 뭔가 보여줘야지” 싶더랍니다. 의욕이 지나친 나머지 삼진으로 돌아섰지만요. 대신 4차전에서 포스트시즌 첫 안타와 첫 득점을 기록했습니다. 5차전에서도 또다시 안타를 쳤고요. 선배 조동찬에게 밥 얻어먹는 게 마냥 좋은 프로 초년생. “어릴 때부터 꿈꿔왔던 구단에서 쟁쟁한 선배들과 함께 뛸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기쁜” 그런 나이입니다. 하지만 우동균은 “올해 가을과 내년 가을은 또 다를 것”이라고 선언합니다. 대구 ‘소년’ 우동균의 미래는 삼성의 유니폼 만큼이나 파란 빛입니다.ye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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