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S다이어리]‘괴물혁명’은아직도진행중

입력 2008-10-26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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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현과지난해KS‘10·26’
모든 것은 10.26으로부터 비롯되었습니다. 10월 26일은 한국현대사에 ‘사태’란 낱말과 붙어서 기억됩니다. 결코 밝은 이미지랄 수 없는 10.26이 다시 부각된 계기는 작년 한국시리즈였습니다. 시리즈 4차전(10.26) 다음날 박철호 SK 홍보팀장이 스포츠신문을 전부 사와서 감개무량한 듯 1면을 펼쳐보이던 광경이 떠오릅니다. 그 중 어떤 신문의 헤드카피가 지금도 기억납니다. ‘10.26 쿠데타.’ 쿠데타란 용어가 긍정적 뉘앙스로 사용될 줄이야, 세상 많이 바뀐 셈이겠죠. 하긴 당시 김광현 피칭을 함축하기에 ‘쿠데타 주역’ 만큼 적확한 표현도 없었죠. 7.1이닝 무실점 9탈삼진. 그저그런 고졸투수가 난공불락으로 여겨지던 두산 에이스 리오스를 격침시켰고, 시리즈의 물줄기를 바꿔놨습니다. 김광현 개인적으로도 그 경기가 그의 인생을 뒤바꿔놓았고요. 그 승리가 얼마나 극적이었는지 숙소 사우나에서 벌거벗고 김광현은 선배들과 하이파이브를 했답니다. SK 신영철 사장은 밤을 꼬박 새워가며 그 경기를 두 번이나 더 돌려 봤고요. 꼭 1년 후 10.26에 김광현은 마운드에 올랐습니다. 다만 그 1년 새 김광현의 위상은 달라졌지요. 코나미컵 주니치전에서 사상 첫 일본팀을 상대로 선발승을 따냈고, 베이징올림픽 예선전 2승으로 8년만의 본선 티켓을 선사했습니다. 이후 올림픽 본선에선 일본전 2경기에서 내리 역투를 펼쳐 일본 킬러로서 자리매김했죠. 정규시즌에서도 다승과 탈삼진 2관왕을 쟁취해 라이벌 류현진의 아성을 무너뜨렸고요. 1년 전 10.26이 김성근 감독의 파격이라면 이번 10.26은 김광현 스스로 만든 셈이죠. SK의 목표는 한국시리즈를 넘어 아시아시리즈 제패입니다. 이에 관해 SK 후쿠하라 코치는 재미있는 말을 했습니다. “꼭 요미우리가 올라왔으면 좋겠다. 일본시리즈에서 최고명문 요미우리를 꺾어야 진정한 일본제일로 알아주듯 SK도 요미우리를 꺾고 우승하길 바란다”라고요. 김광현-이승엽의 대결을 언급하자 후쿠하라는 “김광현이 이겨서 신구교체가 됐으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그러고 보면 김광현의 10.26은 현재진행형입니다. ‘역사는 승자의 전유물’이라 믿는 사람들은 ‘성공하면 혁명, 실패하면 쿠데타’라고 합니다. 언젠가 김광현이 요미우리를 꺾는 날, 2007년의 10.26은 쿠데타 이상의 ‘제너레이션 레볼루션’으로 한국야구사의 재평가를 받을 수 있겠네요. 문학 |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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