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불곰vs붉은비룡‘깃발전쟁’…문학구장응원스케치

입력 2008-10-27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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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인천 문학구장. 두산과 SK의 한국시리즈 1차전을 보려는 팬들의 열정은 ‘용광로’처럼 이글거렸다. 경기 시작 5시간 전인 오전 9시 이미 응원석에 좋은 자리를 차지하려는 수많은 팬들이 몰려 줄이 차도까지 이어졌고, 일부 팬들은 전날 텐트를 치고 밤샘한 모습까지 보였다. 이런 열기 덕인지 문학구장 3만400석 입장권은 오전 11시40분 모두 팔렸다. 입장 수입은 4억7273만9000원. 포스트시즌 누적 관중은 22만7459명, 누적 입장 수입은 33억7060만8000원이다. 야구장 밖에서 보인 이런 팬들의 열정은 야구장 안으로 들어와 맘껏 발화했다. 이들이 있기에 한국시리즈는 진정한 ‘가을축제’가 된다. 야구장의 또 다른 주인공인 응원하는 팬들의 모습을 지면으로 중계한다. ○ 두산 응원전 흰색 막대 풍선으로 정체성을 규정한 두산 응원단은 3루 쪽 상단 스탠드부터 하단 스탠드까지 라인을 그리며 마치 순백색으로 그린 한반도 지도를 떠올리게 했다. 좌익수 뒤쪽 간간이 흩어진 막대 풍선의 군락까지 울릉도와 독도를 연상케 했다. 의도치 않았지만 이 같은 한반도 형상은 두산 응원단의 결집력을 더욱 단단하게 했다. 삼성과의 어려운 플레이오프를 거치며 경기가 거듭될수록 단결된 모습을 보인 두산 팬들은 포스트 시즌 최고의 응원을 바로 이날 경기에서 구현하고자 하는 듯 했다. 한국시리즈 1차전 승리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기에 스탠드의 기를 그라운드의 두산 선수들에게 힘차게 날려 보냈다. 환호성은 두산 응원석에서 먼저 터졌다. 1회 초 선두타자 이종욱에 이어 후속 오재원까지 연속 볼넷으로 출루하자 선취점에 대한 기대감이 한껏 부풀어 오르며 폭주 기관차 같은 함성을 쏟아냈다. 그런데 후속 타자가 점수를 뽑지 못한다. 두산팬들은 아쉬운 듯 숨을 고른다. 대신 SK 응원단의 기세가 거세진다. 응원전에도 ‘장군 멍군’이 있는 법. 1회 말 선발 랜들이 박재홍을 통렬한 삼진으로 틀어막자 1회 초 홍성흔의 범타로 SK 응원단의 기세가 타올랐듯 이번에는 두산 팬들이 포효한다. ○ SK 응원전 SK 응원석은 삼국 시대의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경기 시작 3시간 전부터 1루 쪽 스탠드를 가득 메운 SK 팬들은 마치 신라가 삼국을 통일한 것처럼 초반부터 엄청난 기세로 밀어부쳤다. 두산의 전력이 만만치 않지만 그래봤자 고구려이고, 자신들은 최종 승자인 신라라는 자신감을 기저에 깔고 있기 때문인지 여유가 묻어 있는 모습이었다. 하긴 신라가 당과 연합해 지략으로 삼국을 통일한 것과 SK가 일본에 있던 김성근 감독을 영입해 프로야구를 재패한 것은 비슷한 면이 있으니 말이다. 빨간색으로 자신들의 아이덴티티를 명시한 SK팬들은 전장터의 선발대가 깃발로 위세 싸움을 하듯 하늘에 빨간 깃발을 나부끼며 기선 제압을 시도했고, 본진이 선발대를 뒷받침 하듯 같은 색 막대 풍선으로 막강한 숫자의 ‘병력’을 과시했다. 3시간 넘게 달궈진 SK 응원단에 기름을 부은 것은 2회 말 시작과 함께 다. 선두 김재현이 랜들의 2구를 받아쳐 중월 솔로 홈런을 만들었고, 센터 펜스에서 폭죽이 터지자 이게 선공을 알리는 공격 개시 신호처럼 스탠드에 있는 또 다른 ‘장수’들을 흥분시켰다. 문학|이길상 기자 juna1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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