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리즈의 열기만큼이나 화끈한 암표 전쟁이 벌어졌다.
26일 두산과 SK의 한국시리즈 1차전이 열린 인천 문학경기장 매표소는 입장권 판매가 시작된 오전 11시부터 극심한 혼잡을 빚었다. 암표상들 때문이었다. 현장판매분 매표가 한창이던 11시15분경 3루쪽 내야석 야외 매표소 앞은 표를 반복해서 구입하려는 암표상들과 이를 저지하는 야구팬들 사이에 고성이 오가고 몸싸움이 벌어지며 매표소 셔터가 잠시 닫히는 사태까지 일어났다. 한국시리즈 입장권은 1인당 4매까지만 구입이 가능하지만 일명 아줌마 부대라 불리는 암표상들과 모자를 깊게 눌러쓴 40∼50대 남성 암표꾼들은 서넛씩 짝을 이뤄 번갈아가며 줄을 서고 다시 앞으로 끼워주는 지능적인 수법으로 입장권을 반복 구입했다.
몇 번씩 표를 구입하고도 더 사지 못해 아쉽다는 듯한 암표상들의 뻔뻔한 행동에 50여미터 이상 늘어선 줄 뒤쪽에서 차례를 기다리던 시민들의 짜증은 극에 달했다. 야구장 관계자들이 긴급하게 추가로 투입되고 신고를 받은 경찰까지 뒤늦게 도착하면서 매표소 입구의 극심한 몸싸움은 막을 내렸지만 암표상들은 이미 원하는 만큼의 입장권을 구입한 뒤였다.
이후에도 경찰이 암표상으로 의심되는 이들과 말싸움을 벌이기도 했지만 실제 단속은 이뤄지지 않았다. 이날 어림잡아 50여명을 웃돈 암표상들은 11시40분경 현장 판매분 3000장이 매진되자 1만5000원짜리 한국시리즈 일반석 입장권을 2만5000원∼5만원에 판매했고, 3만5000원∼4만5000원짜리 지정석은 한 때 30만원을 웃도는 가격으로 거래되기도 했다.
문학 ｜ 원성열 기자 sereno@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