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회장“대형우승컵에폭탄주…자,돌리자!”

입력 2008-11-02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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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감격…그룹회장·사장단30여명모두참석‘잔칫집’
어쩌다보니 담당기자 신분으로 SK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2년 연속 현장에서 목격할 수 있었다. 작년 우승과 비교할 때 SK 사람들이 바깥에 표출하는 감정은 ‘고기 한 번 먹어본’ 팀답게 한결 세련됐다. 작년엔 첫 경험이어선지 서로 우느라 정신없었지만 이번엔 아무도 울지 않았다. 차분히 시리즈를 돌이키면서 “작년보다 훨씬 더 어려웠다. 그래서 더 감격적이다”고 우승을 복기하는 여유까지 묻어났다. ○최태원 회장, 우승컵에 폭탄주 SK 최태원 그룹 회장은 한국시리즈 우승 확정 게임이 된 5차전(10월31일) 응원을 위해 잠실구장을 찾았다. 1차전에 이어 두 번째 야구장 방문이었다. 작년에도 최 회장은 한국시리즈 3,5,6차전을 현장 관전했고, 창단 첫 우승을 함께 했다. 작년처럼 올해도 최 회장은 우승 확정 직후 얼싸안고 포효하는 선수단과 약간 거리를 두고 필드에 서서 이따금 박수만 쳐줬고, 기념촬영에 응했다. 그러나 작년에도 최 회장은 문학구장 안에 마련된 축승회 자리에선 기쁨을 고스란히 드러냈다는 전언이었는데 올해도 SK 계열사인 서울 워커힐 호텔에서 열린 축승회장에선 솔직담백하게 우승감격을 만끽했다. 얼마나 좋았던지 최 회장은 한국시리즈 우승컵에다 밸런타인 17년산과 맥주를 직접 부어서 폭탄주를 제조한 뒤, 계열사 사장단을 향해 “내가 먼저 마실 테니 마지막 분이 마실 때에는 컵 안에 술이 남아있어선 안됩니다. 그러니 중간에서 양심적으로 드셔주세요”라며 ‘매머드 폭탄주’를 돌렸다. 이어 최 회장은 식사 중에도 테이블을 일일이 돌며 폭탄주를 제조해 돌리며 선수단의 노고를 치하했다. 양주와 맥주가 거의 5:5 비율로 혼합된 고농도 폭탄주였다. 그 많은 술을 마시고도 최 회장은 전혀 취한 기색 없이 축승회 끝까지 자리를 지킨 뒤 호텔을 빠져 나갔다. 최 회장 다음엔 김신배 SK 텔레콤 사장이 역시 테이블을 돌았다. 이날 축승회엔 SK 사장단만 30명 이상이 참석했다. ○김성근 감독, 재계약 의사 커밍아웃 축승회 자리 배치 역시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았다. 김성근 감독은 축승회 테이블 가장 상석 자리, 최 회장 바로 옆자리에 앉아 행사시간 내내 최 회장과 담소를 나눴다. 그 옆자리에 김신배 사장과 김광현, 신영철 사장 차례로 앉았다. 한국시리즈 MVP 최정도 중간에 불려나와 폭탄주를 받았다. 김 감독 역시 기분이 최고조에 올랐던지 “생각대로 됐던 시즌입니다. 한국시리즈 3연패 합시다”라고 언급, 재계약을 앞두고 SK 잔류를 기정사실로 선언했다. 또 프로젝트를 사용해 행사장 단상 벽에 인터넷 포털 화면을 뜨게 해 한국시리즈 하이라이트를 방영했다. 특히 5차전 고비를 넘기고 우승을 확정한 순간엔 사장단들이 기립박수를 치기도 했다. SK의 2년 연속 한국시리즈 우승이 이뤄지자 일각에선 “축구단과 농구단 긴장하게 생겼다”는 말도 나왔다. 야구단의 승승장구와 달리 SK 축구단(제주 유나이티드)과 농구단은 중하위권 성적을 면치 못하고 있어서다. ○워커힐에서 축승회가 열리게 된 사연은? 당초 SK는 숙소인 리베라호텔에서 축승회를 열 계획이었다. 그러나 호텔 측이 “홀에서 1일 결혼식이 예정돼 있는데 카펫이 술범벅이 되면 행사가 곤란할 것 같으니 양해해 달라”고 부탁해 SK는 부랴부랴 대안을 수소문했다. 그리고 4차전이 끝난 날 밤, 국내 최고급 호텔인 워커힐로 낙착됐다. 워커힐 무궁화 볼륨 홀은 1인당 뷔페 밥값만 20만원이 넘는 초호화급이지만 최 회장이 직접 야구단을 챙긴 덕분에 축승회가 가능할 수 있었다는 후문이다. 축승회 자리에서 쏟아 부은 맥주만 600병이었다. 선수와 코치들은 맥주에 절은 우승 티셔츠를 갈아입고 사복 차림으로 식사를 했다. 선수단은 축승회 직후 리베라 호텔 나이트클럽으로 옮겨 자기들만의 우승 뒷풀이 시간을 가졌다. 김영준기자 gatzb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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