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타의유혹’버리고‘1타차우승’얻었다

입력 2008-11-03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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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머“어드레스뒤볼미동”
모든 스포츠 종목에는 심판이 있다. 축구는 주심 1명과 부심 2명 대기심 1명, 야구는 주심과 1, 2, 3루심에 선심 2명까지 배치된다. 정확한 룰 판정과 오심으로 인한 실수를 줄이기 위한 조치다. 그러나 골프는 다르다. 100여명의 골퍼가 경기를 치르는 코스 안에 경기위원이라고 해봐야 고작 6∼7명이다. 게다가 골프는 18개 홀에서 펼쳐지기 때문에 경기위원이 모두 나서도 선수 개개인의 플레이를 지켜볼 수 없다. 그래서 골프 경기에서는 선수들끼리 서로 마커(상대방의 스코어 등의 기록을 정리하는 동반자)를 둔다. 나머지는 골퍼 스스로 룰을 따라야 한다. 골프를 ‘신사의 스포츠’라고 말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3일 끝난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긴쉬메르클래식 최종 4라운드에서 선두를 달리던 라이언 파머는 우승을 앞에 둔 순간에 양심고백으로 1벌타를 받았다. 10번홀 그린에서 퍼트를 위해 어드레스를 취한 뒤 불어온 바람에 볼이 살짝 움직였다며 경기위원을 불러 1벌타를 받고 다시 경기를 재개했다. 아주 미세한 움직임이었기에 옆에 있던 다른 동반자들조차 이 상황을 알지 못했지만 파머는 양심선언을 통해 자진해서 1벌타를 받았다. 대회 도중, 그것도 선두권에 있는 선수가 벌타를 받아야 하는 상황에서 양심을 선언하는 일은 쉽지 않은 일인데 파머는 골프 정신을 따랐다. 그러나 대회 중 비양심적인 행동으로 비난을 받는 선수들이 종종 있다. 이에 대해 해당 선수는 룰을 모르고 저지른 행동이라며 비난을 피해가지만 프로 선수가 룰을 몰랐다는 것은 자질이 모자라다는 얘기나 마찬가지다. 2006년 국내 대회에서 벌어진 일이다. P선수는 해저드에 빠진 볼을 쳐내기 위해 클럽으로 볼 뒤에 있는 풀을 걷어냈다. 골프규칙에서는 볼이 해저드 안에 빠졌을 경우 클럽이 풀이나 지면에 닿지 않아야 한다고 되어 있다. 그런데 P선수는 볼이 풀에 덥혀 있어 이를 살짝 걷어 낸 것이다. P선수는 그렇게 해서 위기를 모면했지만 양심불량에 대한 벌은 경기가 끝난 후 벌어졌다. 이 장면을 TV로 지켜보던 골프팬이 방송국에 전화했고, 그로 인해 경기위원이 비디오 판정을 한 뒤 사실이 인정돼 결국 P선수는 실격 당했다. 아마추어 골퍼들에게도 양심선언은 쉽지 않은 일이다. 보통 골프장에 가면 골퍼 4명에 캐디 1명이 따라 붙는다. 그렇기 때문에 간혹 스코어 오기를 하는 경우가 많다. 캐디의 실수로 파를 보기로 적는다든지, 반대로 보기를 파로 적기도 한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골퍼들의 반응이 극과 극이다. 파를 보기로 적으면 스코어가 잘못됐다고 따지지만 반대로 보기를 파로 적으면 은근 슬쩍 넘어가는 경우가 다반사다. 하물며 수억 원의 상금이 왔다 갔다 하는 프로 대회에서는 어떨까. 1타의 유혹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했다. 파머의 양심고백은 7언더파 281타로 5명의 공동 2위 그룹에 한 타 차로 앞선 우승으로 마무리됐다. 시즌 랭킹 143위로 퀄리파잉 출전을 걱정하던 그는 73위로 뛰어오르며 2년간 풀시드를 받는 선물도 받았다. 주영로기자 na187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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