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수빈의영화가좋다]‘더게임’변희봉의상상불허매력

입력 2008-11-12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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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국. 겁이 날 정도로 빨리 변하는 곳입니다. 많은 별이 떴다 지고…. 어제 찬사를 받던 이가 오늘 비난을 받는 것도 다반사죠. 개편으로 함께 일했던 사람들과 이별하는 것도 조금씩 익숙해졌습니다. 두려웠습니다. 방송가에선 뉴 페이스가 금방 나오기 때문에 나이 먹는 게 걱정된 겁니다. 멀리 보는 안목이 중요하다지만 다가오지도 않은 미래에 대한 걱정만 가득했습니다. 방송을 사랑하게 될수록 잡을 수 없는 애인처럼 고민은 깊어졌습니다. 찰나처럼 지나는 시간이 아쉬웠고요. ‘목소리가 별로야’ ‘얼굴이 이상해’ ‘누가 너보다 나아’ 같은 말을 들을 때가 제일 힘들었습니다. 쓴 약이 몸에 좋다지만, 마음 내려앉는 건 어쩔 수 없는 거 아닌가요. 실력이 없다는데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까…. 평생 방송하겠다던 초심도, 공기처럼 사라질 것 같았습니다. 장거리 마라톤을 할 힘이 없던 겁니다. 변희봉 씨는 알까요? 당신이 제게 힘을 줬다는 걸. 제 기억에 변희봉 씨는 익숙하긴 해도 주인공이었던 적은 없는 것 같네요. 그런 그가 ‘더 게임’에서 젊은 후배와 짠∼ 투톱이 된 겁니다! 영화에서 변희봉씨는 흔히 맡는 아버지 역할이 아닌, 스릴러의 주인공입니다. 젊어지고픈 욕심으로 순진한 청년을 꼬드겨 뇌를 바꾸는 늙은이의 교활함도, 노인의 몸이 된 젊은이의 절망도 생생하게 표현합니다. 정말 변희봉의 몸에 신하균의 뇌가 들어간 것처럼! 변희봉씨가 왜 남우주연상을 못 받았는지 화가 나네요. 다른 배우는 상상하기 힘들 정도였거든요. 긴 세월 그는 묵묵히 연기했고 가랑비에 옷 젖듯 익숙한 얼굴이 되었습니다. 그의 젊은 날은 어땠을까요? 미남들 사이에서 눈에 안 띄는 자신이 괴로웠을까요? 저처럼 나이 들기 전 성과를 내고 싶어 조급했을까요? 그가 젊은 후배와 훌륭히 연기할 수 있었던 건 묵묵히 산 젊은 시절이 있기 때문은 아닐까요. 사무실을 죽 돌아봅니다. 오랜 세월 아나운서로 살아오며 나와 같은 고민을 했을 선배들이 보입니다. 모두가 묵묵히 주어진 일을 해내는 이들입니다. 아나운서계의 변희봉이 되는 것도 멋지겠네요. 빠르게 변하는 방송가의 세월을 열심히 보낸 후…, 주름진 얼굴로 젊은 후배와 멋있게 프로그램을 진행할 언젠가를 기대해봅니다. 조수빈 ‘영화가 좋다’와 ‘뉴스타임’을 진행 중인 꿈많은 KBS 아나운서. 영화 프로 진행을 맡은 뒤 열심히 영화를 보며 삶을 돌아보는 게 너무 좋아 끄적이기 시작함. 영화 음악 프로나 영화 관련 일도 해보고 싶은 욕심쟁이, 우후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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