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재원의도쿄통신]‘미유키가짜남편’사기극전말

입력 2008-11-17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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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HK의 인기 다큐멘터리 ‘프로젝트 X’의 주제가로 쓰인 ‘지상의 별’등 빅 히트곡을 부른 거물 싱어송라이터 나카지마 미유키가 ‘푼돈 사기극’에 쓴 웃음을 삼켜야 했다. 나카지마 미유키의 남편인 것처럼 행세해 오사카, 교토, 나라 등지를 돌며 돈을 가로챈 남성이 경찰에 체포된 것이다. 오사카 경찰이 지난 11일 공개한 ‘미유키 가짜 남편 사기극’의 전말은 이러하다. PC방을 전전하며 생활하고 있는 무직의 70대 남성은 어느 날 재력 있는 노신사의 차림으로 부동산을 방문해 집을 신축할 고급 주택지를 찾고 있다고 상담을 요청한다. 상담이 무르익었을 무렵 이 남자는 자연스럽게 “사실은 내가 가수 나카지마 미유키의 남편인데 말이지”라고 말을 꺼내 상대의 귀를 쫑긋 세운다. 때로는 상대의 환심과 믿음을 사려고 휴대폰으로 나카지와 미유키와 통화하는 연기도 실감나게 펼쳤다. 이같이 며칠에 걸쳐 상담을 진행한 뒤 남자는 “오늘 밤 당장 도쿄에 가야 하는데 지갑을 도난당했다”며 상대로부터 2만엔 가량을 빌리는 것으로 ‘감쪽같은 쇼’의 마지막을 장식했다. 똑같은 수법을 반복해 그가 자신의 호주머니에 넣은 돈은 총 20만엔. 일본 언론은 비교적 저렴한 액수를 들어 ‘푼돈 사기극’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나카지마 미유키로 말할 것 같으면 데뷔한 지 33년이 지난 베테랑 뮤지션이다. 1970년대, 80년대, 90년대, 2000년대에 모두 오리콘 싱글차트 1위를 기록한 유일한 가수로 현재 중년 여성 대상의 화장품 CF에서 전설적인 아이들 마쓰다 세이코와 공연하며 현재 진행형으로 전파에도 오르고 있다. 그런 유명 가수의 남편 행세가 한번도 아니고 여러 번에 걸쳐 통했다는 게 언뜻 이해가 가지 않을 수도 있다. 사기극의 주인공은 이에 대해 “나카지마 미유키가 사생활에 관해서는 전혀 알려진 게 없는 신비주의 여가수라 남편 행세를 착안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이번 사기극을 계기로 나카지마 미유키의 남편에 대해 새삼 물음표를 떠올린 이도 적지 않은 모양이다. 일본 언론은 소속사를 통해 확인했다며 “나카지마 미유키는 독신입니다”라고 친절하게 사실을 알렸다. 나카지마 미유키는 현재 56세다. 도쿄 | 조재원 스포츠전문지 연예기자로 활동하다 일본 대중문화에 빠져 일본 유학에 나섰다. 우리와 가까우면서도 어떤 때는 전혀 다른 생각을 가진 일본인들을 대중문화라는 프리즘을 통해 알아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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