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포&애프터]“모래판사연달라도씨름은나의운명”

입력 2008-11-18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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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 최고의 프로스포츠 이벤트 중 하나였던 천하장사대회. 차츰 인기가 시들해지더니 2004년 이후에는 개최조차 못하고 있다. 마지막 천하장사 김영현(32)은 샅바를 풀고 글러브를 끼었고, 최연소천하장사(17세3개월) 백승일(32)은 트로트 가수로 데뷔했다. 예전 얘기를 꺼내자 수원시청 선수들의 목소리가 커졌다. ‘화려한 기술의 대명사’ 김선창(37), 이기수(41)의 라이벌 대결. 황제 이만기를 무너뜨린 강호동, 3대 천하장사대회에서의 샅바싸움 논쟁까지. 화려했던 선배들의 시절을 생각하면 아쉬움이 많지만 이들은 씨름을 자신의 운명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윤정수(23)는 “증조할아버지의 키가 2m”라고 했다. 장사집안의 증손자가 씨름을 시작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덕분에 생선 장사를 하며 뒷바라지 한 부모님께 적지 않은 돈도 안겨드릴 수 있었다. 형제선수 이용호(24)와 이승호(22)의 아버지는 해병대 출신. 어린시절 혼날 일이 있으면 회초리를 맞는 대신, 얼차려를 받았다. 투명의자, 엎드려뻗쳐 등을 한 시간 이상씩 하다보니 자연스레 승부근성과 하체 힘이 길러졌다. 그 덕에 ‘형제장사’ 칭호를 얻었다. 독실한 크리스천 이주용(25)은 우승 후 기도 세리머니를 하는 모습에 반한 팬과 내년 1월31일, 결혼까지 약속했다. 모래판에서 평생의 반려자를 만났으니 역시 씨름이 운명이다. 12월, 남해에서는 4년 만에 부활한 천하장사대회가 열린다. 우승상금도 5000만원으로 세다. 마침, 17일은 이장일(26)의 결혼 1주년 기념일. 하지만 이장일은 “대회가 얼마 안 남았다”며 저녁식사 후 웨이트트레이닝장으로 향했다. 씨름은 잡아봐야 하는 것이라지만 그 열정만큼은 이미 천하장사의 그것과 진배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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